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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미북 정상회담과 한반도 비핵화

양승함 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입력: 2018-05-14 18:00
[2018년 05월 15일자 23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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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미북 정상회담과 한반도 비핵화
양승함 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난 10일 북한에 억류됐던 한국계 미국인 3명이 석방되고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회담을 하기로 함으로써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증폭되고 있다. 최근 한때 미북 간에 비핵화의 수준에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지고 회담 장소와 일자에 대한 발표가 늦어져 미북 정상회담 성사 자체에 대해 우려하기도 했다. 그동안 냉전에서 열전으로 그리고 평화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았던 한반도 안보 정세 역시 평화에 대한 희망을 한껏 부풀게 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을 위해서는 여전히 멀고도 험난한 길이 앞에 놓여 있다. 4·27 남북정상회담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선언을 통해 평화시대로의 전환을 극적으로 예고했다면 이번의 미북 정상회담이야말로 평화시대를 담보하는 실천적 첫 관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는 북한의 비핵화 과정과 체제보장의 단계가 두 수레바퀴처럼 잘 굴러가서 어떻게 완결 짓느냐에 달려있다. 최근 미국을 방문한 문정인 대통령 특보는 '미북 정상회담에 대해 워싱턴 정가의 80%는 비관적'이라고 말한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여차하면 회담장을 박차고 나올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와 같은 미국의 비관적 전망은 북한의 행태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되는 것임은 물론이다.

따라서 미북 정상회담의 성과는 비핵화에 대한 김정은의 진정성에 우선적으로 달려있다. 김정은이 선대 지도자들과는 다른 행태를 보이고 있음이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김정은이 트럼프의 위협이나 제재조치에 압박을 느껴 임기응변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올해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 언급한 것은 장고 끝에 결정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의 신년사가 수사적인 면도 있지만 한 해 동안 수행할 국가전략을 발표한다는 점에서 심사숙고한 결과이기도 하다. 특히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와 김여정을 특사 형식으로 파견함으로써 진지함을 보여 줬다. 아마도 문재인 정부가 올림픽 참가를 제안했을 때부터 남북관계 개선 가능성을 모색했을 수도 있다.

김정은이 최근 두 차례 연이어 시진핑과 만나 정상회담을 했다는 사실은 북한이 비핵화를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음을 더욱 입증해 준다. 김정은은 나름대로 비장한 결심을 한 것에 대한 중국의 지지 지원 그리고 보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시진핑과의 첫 번째 회담은 의례적인 것일 수도 있겠으나 두 번째 뜻밖의 긴급회동은 실무적인 현안을 중점적으로 다뤘음이 분명하다.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새로운 중대 의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중국 역시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고수하고 있으므로 김정은이 비핵화를 가지고 시진핑을 두 번 우롱할리는 만무하다.

북한의 언론은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두 번째 평양 방문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대안 제시에 사의'를 표한다고 했다. 이 같은 북한의 반응은 미국의 비핵화 정책이 기존의 일괄적 타결 원칙에서 북한의 단계적 동시적 비핵화 원칙에 어느 정도 접근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은 북한의 일방적인 핵 폐기만을 요구하는 것이 비현실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 진전에 따라 평화협정 및 체제보장을 동시에 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대안임은 자명하다.

미북 정상회담이 성공하려면 회담 당사자들이 상호 진정성을 보이고 합리적인 대안으로 협상을 해야 한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말하는 항구적 핵폐기(PVID)를 이루기 위해서는 미국이 북한에게 상호 체제 존중 및 불가침에 대한 믿음을 줘야 가능할 것이다. 완전한 핵 폐기가 물리적 핵 능력의 제거에 주안점이 있다면 항구적 핵 폐기는 핵에 대한 지식 기반까지도 제거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를 담보하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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