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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금융개혁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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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
[시론] 금융개혁이란 무엇인가
김용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
금융감독원장 인사를 계기로 금융개혁이 무엇인지를 놓고 우리 사회 내 다양한 견해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특히 언론 보도를 보면 삼성에 대한 엄격한 법 집행을 금융개혁이라 생각하는 시각이 있는 것 같다. 불법적이거나 규제의 재량적 해석을 통해 재벌에게 주어져왔던 특혜를 바로 잡는 게 금융개혁이라는 것이다.

낙마한 김기식 금감원장을 안타까워하는 네티즌들의 의견을 살펴보더라도 동일한 시각에서 금융개혁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 원장이었다면 보험사 총자산의 3% 이내로 제한하고 있는 보험업법 상 대주주나 자회사에 대한 주식 및 채권 보유 한도를 엄격하게 적용했을 것이다. 그래서 삼성 이재용 일가가 삼성생명의 자산운용을 자신의 지배권 안정에 이용하는 잘못된 일을 바로잡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금융개혁과 재벌개혁을 동일시하는 시각이다.

사실 요즘만큼 재벌개혁이 절실한 때도 없다. 비대해진 경제권력이 금권을 통해 민주주의를 유린해왔다는 것이 드러났다. 재벌 일가의 상상을 넘어선 온갖 갑질을 보면서 재벌개혁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충만하다. 보험업법뿐 아니라 차명계좌에 대한 과징금 부과 등 법질서가 공정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지금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금융개혁 과제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금융개혁이 금융의 본질적인 특성을 제대로 기능하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면, 금융이 가진 신용창출기능의 공공성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 현실을 바로 잡는 것이야말로 금융개혁의 시작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은행이 단지 기존 예금을 투자 자금으로 연결시키는 중개자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을 인식하게 됐다. 은행은 광의의 통화(지폐와 동전뿐 아니라 예금, 수표 어음 등 모든 지불수단), 신용, 구매력을 창출하는 연금술사와 같은 역량을 지닌 존재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했다. 은행이 그 역량을 신규 기업 투자에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한 부동산 자산이 거래되는 데 사용할 경우 발생하는 심각성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의 신용 창출 능력이 희소한 부동산을 거래하는 데 집중됨으로써 부동산 가격은 끝도 없이 상승했고, 그것이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게 되어 가격이 폭락했다. 금융사가 보유한 자산은 부실화됐고 금융시스템이 망가져 실물경제를 혼란상태로 몰아넣은 것이 바로 글로벌 금융위기였다.

그런데 은행의 신용창출 역량은 본질적으로 사회적인 성격을 지닌다. 민간은행이 자유시장의 원리에 의해 신용창출의 대상과 양을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정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이미 1930년대 대공황을 겪으면서 어빙 피셔나 헨리 사이먼스과 같은 단호한 시장주의자들조차 지녔던 생각이다. 그들은 은행의 신용창출 능력은 너무나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아예 그 기능을 할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금 받은 것 만큼만 빌려줄 수 있게 하고 신규로 신용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은 갖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금융현실은 어떠한가? 은행의 신용창출능력이 부동산불패신화를 믿는 다주택자와 연합해 부동산 투기 광풍을 조장하고 가계부채를 1500조원까지 확대함으로써 이제 한국은행이 금리인상 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만든 게 현실이 아닌가? 은행의 신용창출능력을 그저 민간 은행의 고유 영역인양 내버려두고 감독당국이 해야 할 공공적 역할을 방기한 게 금융당국의 그간의 모습이다. 경제성장률을 뛰어넘는 주택가격의 상승과 부동산불패신화는 상당 부분 금융감독당국의 탓이라 할 수밖에 없다.

새정부 들어 금융감독당국이 내놓은 혁신금융과 포용금융의 내용을 보면 여전히 소극적이고 잔여적이다. 신용창출의 양을 합리적으로 제어하고 창출된 신용이 투기가 아닌 사회적으로 유익한 생산 활동에 사용되도록 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금융개혁의 목표이고 금융감독당국의 임무여야 할 것이다. 민간에게 위탁된 금융의 신용창출능력이 생산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민간금융기관을 설득하고 유도하는 것이 지금 정부가 해야 할 금융개혁의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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