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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활력 잃은 제조업, 이러다 성장엔진 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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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시론] 활력 잃은 제조업, 이러다 성장엔진 꺼진다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남북정상회담으로 한반도에 봄이 온 것 같은 분위기와 장밋빛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봄은 왔지만 봄 같지 않다'는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우리의 최대 관심사는 북의 핵 폐기였다. 그러나 판문점선언에는 북한이 언제 어떻게 핵을 폐기할 것인가를 나타내는 표현은 들어있지 않다. 남북 정상이 만나고 만찬을 즐긴 건 이제 시작일 뿐 아직 근본적으로 달라진 건 없다. 알맹이는 보이지 않은데 포장만 요란한 모양새만 연출됐다. 바라는 마음이 간절할수록 대비하고 기다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김칫국은 맨 나중에 마셔도 결코 늦지 않다. 희망의 끈을 놓치 않아야 하지만 미망(迷妄)에 빠져서는 안 된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도 안보와 경제를 챙기는 일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 그런데 경제 챙기는 일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호황을 구가하는 세계경제와는 달리 경기둔화를 알리는 경고음은 곳곳에서 들린다. 최근 제조업 가동률은 70%로 떨어졌다. 공장 30%가 멈췄다는 것이다. 9년 전 세계금융위기 이후 가장 나쁜 수준이다. 산업생산은 감소하고 설비투자는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내수부족을 메우고 우리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수출도 증가율은 감소세를 보인다. 정부는 특정기간의 실적만으로 경기 동향을 판단할 게 아니라고 한다. 그랬으면 얼마나 좋을까만 경기흐름은 우리의 우려를 자아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반도체가 한국경제를 떠받치고 있지만 반도체에 의존하는 경기도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반도체 경기의 특성이 그렇고 또한 중국이 거세게 도전해오고 있다.

지난해 세계 평균성장률은 3.6%였지만 우리는 3.1%, 올 세계 평균성장률 전망치는 3.9%인데 우리는 3% 달성도 힘겨울 것이라는 예상이다. 경제를 이끌어가고 일자리를 만들어야 할 기업이 움츠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근로시간 단축, 법인세 인상 등 기업의 부담을 늘리고 규제를 강화하는 정책은 기업의 활력을 떨어뜨린다. 이유가 어디에 있건 세계시장에서 최대실적을 올리는 한국의 대표기업 삼성에 제재를 가하는 것도 기업계에서는 기업에 대한 비우호적 신호라고 생각한다.


유연성이 요구되는 노동시장은 오히려 경직돼간다. 자금난에 부딪친 한국GM이 성과급 지급을 연기한다고 하자 노조는 쇠파이프로 사장실 집기를 부수는 등 집단행동을 한 것은 하나의 작은 예에 불과하다. 한국GM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기업은 이익이 나면 머물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문을 닫는 건 당연하다. 우리의 걱정은 한국GM이 아니라 한국 자동차산업의 불안한 미래다. 한국 자동차 엔진 꺼지는 소리는 곳곳에서 들리는데 아무런 대책이 없다. 1997년 이후 국내에 단 한 곳의 자동차 공장도 신설되지 않았고 그 사이에 현대차만 해도 해외에 11개 공장을 세웠다. 일자리가 해외로 빠져나간 것이다. 국내 생산기반이 약하면 해외경쟁은 어렵게 된다. 일본 도요타는 56년째 무파업, 현대·기아·한국GM 등 자동차 3사 노조는 최근 10년간 345일을 파업했다. 이러고서도 엔진이 꺼지지 않는다면 그건 기적이고 마술이나 다름없다. 한국은 자동차 생산량에서 인도 멕시코 등 후발주자에게 밀려 세계 7위 생산국이 됐다.
산업기반이 흔들리고 경기는 내리막이고 실업률은 높아가고 있는데 우리 사회는 남북 해빙무드에 젖어 이런 심각한 상황을 느끼지 못한다. 경제 챙기려는 정책도 보이지 않고 사회분위기도 기업에 우호적이지 않다. 제조업 경쟁력은 떨어지고 성장잠재력은 잠식되고 있는 걸 그대로 두고 일자리 타령만 한다. 우리 사회는 집이 불타는 줄도 모르고 처마 밑에서 재잘거리는 제비와 참새를 뜻하는 연작처당(燕雀處堂)에 비유되는 상황이 아닌가. 역사 이래로 인류는 전쟁도 했고 힘을 합치기도 했다. 먹고사는 문제를 풀기 위해서였다. 우리는 먹고 사는 문제를 안심하고 해결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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