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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남북 경제협력 성공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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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시론] 남북 경제협력 성공의 조건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남북 경제 협력의 길

한반도 문제의 근원은 북한이다.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대한민국은 열린사회이고 북한은 일인지배체제다. 시장경제체제는 혼란을 싫어한다. 반면 독재국가는 긴장을 선호한다. 긴장은 독재를 연장하는 수단이다. 광복 이후 이념 갈등과 전쟁, 정전 협정 이후의 무수히 많은 도발의 중심에는 북한이 있었다. 한반도 평화는 북한의 변화에서 시작된다.

4·27 남북정상회담으로 북한이 변화할지는 아직 모른다.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다. 북핵 위기는 오래 전부터 시작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진정한 해결책을 찾는 일을 외면했다.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노골적으로 핵실험을 실시했고,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했다. 국제사회는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의 강도를 높였다. 4·27 회담 이후에도 북핵 위기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 경제 협력은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것인가.

남북 경제 협력을 평화 구축 수단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지난 정부들이 섣불리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을 추진하면서 많은 것을 잃었다. 우리나라 국민이 관광지에서 해변을 거닐다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사과도 없었다. 개성공단의 사업가들은 불안에 떨었다. 사업가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고, 정부는 세금으로 보상했다. 관광객과 사업가들은 평화를 위한 첨병이 아니다.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볼모로 평화를 정착시킬 수 없다. 선후가 바뀌었다.

현실적으로 경제 협력을 논의하기 전에 평화 정착과 경제 협력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논의가 우선이다. 평화 정착은 핵무기 폐기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자명한 일이다. 적대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과거 문제에 대한 진상 규명이 선행돼야 한다. 연평해전에서 많은 군인들이 희생됐다. 연평도가 포격 당하고, 천안함도 폭침됐다. 작년 11월 13일 북한은 공동경비구역에서 자신들의 동료를 향해 수십여 발의 총알을 쏘았다. 납북자 문제와 북한 인권 문제도 예외가 아니다. 북한은 사과하고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 적대적 감정을 치유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경제 협력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정상국가로 변해야 한다. 북한도 보편적 사법질서를 구축해 다른 나라 국민들의 생명을 보호하고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국제 사회가 북한을 왕래하면서 신변의 위협을 느낀다면, 대한민국도 북한과 서로 경제 협력을 할 수 없다. 이산가족의 서신왕래와 상시 접촉은 무엇보다도 선행돼야 한다.

경제 협력을 추진하기 전에 북한의 개혁 개방이 우선돼야 한다. 개혁 개방은 세계와 함께 북한이 더 잘살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조건이다. 개혁 개방의 성공 조건은 재산권의 보호, 투자자의 보호, 금융 제도의 개혁 등 소프트웨어 개혁이다. 북한이 투자자를 유치하고 싶다면 경영권을 보호해야 한다. 경영자가 경영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노사관계로는 경제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 어렵다. 매우 구체적인 이행 단계가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서의 경제 협력은 국민들을 사지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한다.

경제 협력은 이성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현재와 같이 대한민국의 혈세로 북한 내에서 도로와 철도를 건설하고 공장을 가동하도록 독려하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구체적인 국익이 담보되지 않는 대북 투자는 대북 송금과 같이 범법 행위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경제가 어렵고 청년 실업이 만연한 상황이다. 어느 국민이 용서하겠는가.

현시점에서 대한민국의 재정 투입은 북한의 독재 권력을 강화하는 데에 도움을 줄 뿐이다. 남북 경제 협력의 첫 단계는 북한의 개혁 개방을 위한 소프트웨어 개혁이다. 시간이 걸려도 합리적인 경제 협력 단계를 밟아 나가야 한다. 남북 경제 협력은 왜 해야 하는가. 북한 정권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수혜자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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