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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아무 말 대잔치`식 해외 자원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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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시론] `아무 말 대잔치`식 해외 자원개발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한 방송의 개그 프로그램 중에 '아무 말 대잔치'라는 코너가 있었다. 내용은 이렇다. 무대에 등장하는 행동이나 표정의 한 단면을 보면서 관객들에게 연관된 것을 연상케 하지만 실제로는 뜬금없는 상황이 연출되거나 아무 말이나 생각 없이 툭툭 던져 나열하면서 반전의 웃음을 주곤 한다.

한국의 실패한 해외자원개발사업 투자를 두고 일부 언론을 통해서 흘러나오는 이야기가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자원개발의 특성에 대한 몰이해에서 나온 '아무 말 대잔치'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공기업의 실패한 해외자원개발의 후폭풍이 수 십 조원의 국고손실을 넘어 공기업의 구조조정과 통폐합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정확하고 냉정한 실패원인진단은 향후 제대로 된 국가의 해외자원개발 추진 체계 및 방안 마련에 중요한 시작점이 될 것이다.

최근 들어 한국석유공사의 대표적인 해외자원개발 투자의 실패작으로 알려진 캐나다 하베스트의 광구를 "석유가 아니고 물을 샀다"는 이야기가 신문과 방송을 통해 보도되는 것을 보면서 쓴 웃음이 나왔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 사람을 대상으로 잘못된 정보를 전달해 해외자원개발실패에 대한 국민의 공분을 사거나 공기업을 적폐로 몰기엔 충분할지 모르겠지만 이 분야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에겐 헛웃음이 나올 만한 일이다. 한국석유공사의 하베스트 투자의 잘잘못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사실과 무관한 사항을 사업 참여 실패와 무조건 연결시키는 비논리성을 말하는 것이다.

지하에 매장된 석유 광구를 개발할 때는 20년이 넘는 장기적 생산을 위해 몇 개의 시추공이 필요한지, 매일 얼마만큼 생산할 것인지, 생산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결정하여 구체적인 개발생산 계획을 수립한다. 계획에 따라 생산이 시작되면 예상보다 적은 양의 석유가 생산되기도 하고 때로는 더 많은 시추공이 필요하기도 한데 이는 석유개발 분야에서는 흔히 일어나는 일상적인 일이며 지상에서 생산물을 수송하고 저장하는 파이프라인이나 저장탱크처럼 불확실성이 없고 통제가 가능한 분야와는 성격이 전혀 다른 분야다.


석유가 매장되어 있는 저류층의 공극에는 석유만 있는 것이 아니라 물도 함께 존재하게 되며 생산 초기에는 상대적으로 많이 존재하는 석유가 주로 생산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물의 생산량이 증가하게 된다. 예를 들면, 하나의 생산정을 기준으로 처음엔 석유가 80% 물이 20% 조합으로 생산이 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석유의 부피는 점점 감소하고 물의 비중이 늘어나게 되어 석유 60% 물 40% 등으로 변하게 되고 나중에는 물의 양이 80%, 90%를 넘게 된다.
결국 하나의 생산정이 시간이 지나면서 물의 양이 증가하면 물과 석유를 분리하는 비용이 석유를 생산해서 판매해 얻는 수익보다 적으면 생산을 중단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물의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경제적 한계치를 넘어서면 생산정을 폐쇄하고 인근에 새로운 생산정을 추가로 시추해 감소하는 생산량을 보충하면서 광구 전체 생산 설비 규모에 맞게 최적의 생산계획을 수립해 운영을 하게 된다. 이것이 석유생산에 대한 기본적인 사실이다. 일부 언론에서 98% 물로 차있는 유전을 사는데 수 조원을 허비했다는 식의 보도는 사실의 왜곡을 넘어 자원개발에 대한 무지함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것이 개그 코너의 '아무 말 대잔치'와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혹자는 이 이야기 듣고 물이 많이 나오니 생수 사업이나 하라고 조롱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하 깊은 곳에서 나오는 물에는 소금이 많이 들어 있는 짠물이기 때문에 봉이 김 선달처럼 생수사업은 힘들 것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필요하기 때문에 시작한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잘 못한다고 하지말자고 하는 것은 세월호 사고 대처를 못한 해양경찰청을 없애버린 전 정부랑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해외자원개발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장기적으로 사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제대로 된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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