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이덕환의 과학세상] (646) 친환경의 환상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생존 위한 행위엔 오염·고갈 등 초래
자연서 '진정한 친환경' 기대할수없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탄소문화원 원장
[이덕환의 과학세상] (646) 친환경의 환상


누구나 '친환경'과 '무공해'와 '안전'을 외친다. 그래야만 건강하고 안전한 생활이 가능하고, 아름답고 지속가능한 푸른 지구를 후손들에게 온전하게 물려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위험하고, 더러운 기술을 서둘러 포기해야 한다. 자칫하면 조만간 우리는 새 보금자리를 찾아 낯선 행성을 찾아 헤매는 우주의 유목민으로 전락해버릴 수도 있다. 영국의 위대한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우리에게 마지막으로 남겨준 엄중한 경고다.

우리는 자연 환경에 의존해서 살아간다. 생존에 필요한 모든 것을 자연으로부터 얻는다. 심지어 정보화 시대의 인터넷, 스마트폰도 그렇다. 자연에서 얻은 소재와 자연에서 생산한 전기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궈 놓았던 비트코인처럼 아무 실체가 없는 암호화폐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우주에는 공짜가 없다. 우주 만물의 구성에 대한 표준 모델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스티븐 와인버그의 지적이다. 우리가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소재를 확보해서,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변환·가공·활용하고, 최종적으로 자연으로 되돌려 환원시키는 모든 과정에 대해 적지 않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오염·고갈·사고에 의한 위험을 감수해야만 한다. 자연에서 진정한 친환경과 완벽한 안전은 기대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인간만 유별나게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도 아니다. 박테리아를 비롯한 모든 생물의 입장이 마찬가지다. 오염·고갈·사고의 위험은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숲이 번성하면 치명적인 산불의 위험이 커진다. 부영양화로 녹조류가 번성하면 고인 물이 완전히 썩어버린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하는 것도 자연이 특정 생물의 독점적 번성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생존의 위한 우리의 행동과 기술마다 오염과 위험의 정도가 다를 수는 있다. 그러나 예외는 절대 있을 수가 없다. 우리가 더 많은 혜택을 기대할수록 오염과 위험은 더욱 심각해진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편리하고, 더 안전한 삶을 요구할수록 문제는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식량 생산을 위한 농업의 역사에서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분명한 사실이다. 20세기 화학비료와 농약이 등장하기까지 인류는 전통적인 친환경·무공해·유기농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우리가 깨끗하고 안전한 자연 환경 속에서 풍요를 누리며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았던 것은 절대 아니다. 전통 농업의 생산성이 현대의 6분의 1을 넘지 못했다. 오히려 식량은 언제나 턱없이 부족했고, 사회적 격차도 심각했다.

지구상의 인구가 처음으로 10억을 넘어선 것은 19세기 말이었다. 인류가 굶주림에서 벗어나게 된 것은 역설적으로 화학비료·농약·농기계·현대적 육종이 일반화된 1960년대의 녹색혁명 덕분이었다. 정부와 사회의 적극적인 보조가 있어야만 유지되는 현대 유기농업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친환경 에너지도 마찬가지다. 친환경·무공해·안전을 보장해주는 에너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태양광·풍력 시설의 생산·설치·운영·폐기의 모든 과정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오염이 발생한다. 심각한 간헐성 때문에 온실가스·미세먼지를 마구 쏟아내는 LNG 발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까지 고려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진정한 친환경 자동차도 없다. 생산과 폐기까지 고려하면 전기 자동차는 친환경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원전을 포기하면 그 나마의 매력도 크게 줄어들어 버린다. CNG(압축천연가스)와 LPG(액화석유가스)가 친환경 연료라는 주장도 제한적인 것이다. 온실가스·응축성먼지·폭발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미래의 청정 연료라는 수소의 생산 과정도 지극히 반환경적이다.

엄밀한 의미의 친환경은 비현실적인 환상이다. 오늘날 친환경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내고, 불합리하고 독점적인 규제를 통해 금전적 이익을 독점하려는 개인과 집단의 전유물이다. 우리의 이성을 마비시켜 합리적 판단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어설픈 '친환경'을 단호하게 거부해야 한다. 환경과 안전은 적극적인 소비절약, 기술 개발, 합리적 관리를 위한 현실적인 노력으로 지켜지는 것이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탄소문화원 원장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