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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경 칼럼] 일자리 더 줄이는 `특단의 정부대책`

권대경 경제금융증권부 차장 

입력: 2018-04-01 18:00
[2018년 04월 02일자 22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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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경 칼럼] 일자리 더 줄이는 `특단의 정부대책`
권대경 경제금융증권부 차장

"중소기업에 취업하면 실질소득 1000만원을 지원해 대기업과의 임금 격차를 해소하겠다."

정부가 지난달 내놓은 '특단의 청년 일자리 대책' 내용이다. '에코세대(베이비붐 자녀세대)'의 노동시장 진입이라는 인구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지원 기간은 3~4년으로 한시적이다. 여기에 중소기업에 2년만 근무하면 1600만원의 목돈을 주는 청년내일채움공제를 3년에 2400만원까지 늘리기로 했다. 600만원을 중소기업 취업자가 부담하면 3년 후에 3000만원으로 돌려준다는 내용이다.

그야말로 획기적이다. 2016년 기준 대졸 초임 연봉은 대기업은 3800만원이며, 중소기업은 2500만원이다. 즉 특단의 대책은 '이대로 가만히 두면 에코세대가 본격적으로 고용시장에 진입하면서 실업자가 14만명 정도 더 늘어나기 때문에 1000만원 이상의 지원으로 격차를 해소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사고가 바탕이 됐다. 돈을 더 주면 일시적 고용절벽을 해소할 수 있다는 논리다. 요약하면 중소기업에 취업해도 연봉을 대기업 수준으로 맞춰 줄 테니 걱정하지 말고 중소기업에 취업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현장 상황은 반대로 가는 분위기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중소기업 사업주는 "신규 취업자 연봉이 실질적으로 대기업 수준이라면 함께 근무하는 5~6년 이하 경력 사원들보다 많게 된다"며 "동료들이 받는 상대적 박탈감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꼬집었다. 나아가 그는 "괜히 정부 지원을 받는 신입사원을 서너 명 채용해 사내 갈등이 불거지게 하기보다 차라리 당분간 신규 채용을 하지 않고 부족한 인력은 외국인 노동자나 임시직 등으로 채울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청년 실업을 해소하기 위해 내놓은 대책이 오히려 고용시장을 더 얼어붙게 할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쯤에서 경제 관료들이 때만 되면 행하는 현장 간담회 방식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경제부총리나 경제부처 장·차관들이 소통을 하기 위해 나선다는 간담회는 어느 정도 사전에 짜여진 각본대로 진행된다. 사업자 단체와 사업주 등은 회사 입구에 도열해 관료를 맞이한 뒤 생산 현장이나 서비스 현장으로 안내한다. 현장을 돌아본 관료들은 비교적 넓고 쾌적한 공간에서 사업자 단체장과 사업주 그리고 근로자 대표격인 노조 위원장이나 현장 근로자 몇 명과 다과를 하거나 간단한 식사를 하면서 고충을 듣는다. 그리곤 기념사진을 찍고 헤어진다. 정부는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며 관료의 발언과 업계 관계자나 근로자 제안을 정리한 자료를 언론보도용으로 내놓는다.

정부가 강조하는 대목 중 하나가 '9988'이다. 중소기업이 대한민국 전체 기업의 99%를 차지하고 고용 인원의 88%를 차지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에서 일자리의 8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과의 소통은 대부분 이런 식으로 이뤄진다. 현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한 정책이 나올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지난해 11조2000억원의 일자리 추경의 효과가 거의 없다는 것은 여러 지표에서 입증됐다. 접근 자체가 틀렸다는 말이다. 지금까지 역대 정부에서 수십 번 내놓은 일자리 대책이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일자리는 민간이 만든다. 고용시장은 수요와 공급의 원리가 철저하게 적용되는 분야다. 공급 측면에서 단순히 청년들에게 돈을 더 준다고 해결되는 사안이 아니다. 일자리를 공급하는 사업주의 입장과 산업 전체의 특성과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겉도는 대책만 반복될 것이 자명하다. 도대체 언제까지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겉도는 정책을 바라봐야 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일자리 대책 입안 과정에서의 소통 방식을 바꿔야 한다.

지난해에 이어 일자리 대책으로 올해 다시 추진 중인 4조원 가량의 돈(추경)이 또 다시 허공으로 사라지기 직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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