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미투, 사실 얘기했는데 명예훼손?

[포럼] 미투, 사실 얘기했는데 명예훼손?
    입력: 2018-03-14 18:00
정순채, 서울중랑경찰서 사이버수사팀장
[포럼] 미투, 사실 얘기했는데 명예훼손?
정순채, 서울중랑경찰서 사이버수사팀장

사회 각계에서 성폭력 피해사실에 대한 고백과 폭로로 이어지는 이른바 '미투운동(Me Too movement)'이 국내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영화배우 로즈 맥고완이 SNS를 통해 '나도 당했다'는 뜻의 'Me Too'에 해시태크(#)를 달고 미국 할리우드의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범죄를 고발하면서 파장이 커졌고, 현재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금년 1월 말 여검사가 성추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폭로하면서 한국의 미투 운동이 시작됐다. 현재는 그동안 감춰졌던 성추문이 검찰, 문화예술계에 이어 대학과 정계까지 전 방위적으로 드러나면서 대한민국이 블랙홀에 빠져드는 느낌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사실을 적시해도 타인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되면 징역형까지 받을 수 있기에 성범죄 피해자들이 가해자를 실명으로 폭로하는데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2007년 떡값 검사 명단을 발표한 노회찬 전의원과 2010년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한 박원순 서울시장도 사실을 적시했지만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하기도 했다.

성폭력 피해자의 고발이 형법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명예훼손죄가 성립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미투운동확산에 장애요소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있다.

형법 제307조 제1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법 제310조에는 위 '명예훼손'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하여 위법성을 조각하고 있다.

국립대학 교수가 제자인 여학생을 성추행했다는 글을 여성단체가 인터넷에 게재한 사안에서 그 행위는 학내 성폭력근절을 위한 대책마련 촉구의 목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므로 비방의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 진실한 사실로서 공익에 관한 것일 때에는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1항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해 형법보다 가중처벌 된다. 제3항에서 '제1항의 죄는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밝힌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라고 정의하여 형법과 같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하고 있다.

현재는 국회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사실 적시 명예훼손 폐지'를 추진하거나,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등 관련 법률을 개정 발의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부작용이 크다는 이유로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조항을 폐지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2016년 헌법재판소는 법리검토 후, 위 조항의 합헌을 결정한바 있다. 하지만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폐지가 어려우면 억울한 피해자의 고발에 의한 사실 적시는 단서조항을 둬 명예훼손죄에서 제외시키고, 피해자가 아닌 제3자에 의한 사실적시 명예훼손만 처벌하는 것으로의 개정도 검토가 필요하다.

일시적인 미투대상자인 여성의 아픔과 고통의 선언이 아니라 우리사회가 앞으로 성폭력을 근절시키겠다는 단호한 의지가 필요하다. 사회적 대변혁의 큰 물결로 잘못된 성문화에 대해서 법적·제도적 장치를 확보해 끊임없이 성폭행·성폭력으로부터 많은 차별과 피해를 받는 여성들을 구제하고, 그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헌법에서 보호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갖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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