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4차 산업혁명 중간점검 필요하다

장석권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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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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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4차 산업혁명 중간점검 필요하다
장석권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클라우스 슈밥이 2016년 1월 다보스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을 글로벌 아젠다로 발표한지 어언 2년이 지났다. 당시 외국에서는 이를 크게 주목하지 않았지만, 한국은 달랐다. 미디어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신조어를 퍼 나르자, 소위 구글의 알파고 쇼가 가세했다. 이세돌이 한차례 승리해서 인간의 자존심을 부지했지만, 사실은 구글 알파고의 완승이었다. 흥행 면에서 보면, 클라우스 슈밥이 시동을 걸자 기다렸다는 듯 구글의 알파고가 가속기를 힘껏 밟았다.

결과는 뻔했다. 대한민국 사회는 곧바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너도 나도 4차 산업혁명을 얘기했고 정부부처는 4차 산업혁명형 정책개발에 열중했다. 그러나 이 시기의 4차 산업혁명은 여전히 하나의 관념에 머물고 있었고 이를 기반으로 도출된 정책은 4차 산업혁명으로 포장한 정책에 불과했다.

상황전개는 기업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수년전부터 진행해 온 미국주도의 CPS(Cyber-Physical-System), 즉 사이버물리시스템은 4차 산업혁명의 원조개념으로 채용됐고, 이를 제조업에 적용한 로봇생산라인은 '인더스트리 4.0'이라는 명찰을 달고 간판스타로 부상했다. 1970년대 도자기를 연상시키던 요업학과가 2000년대 전후해서 신소재공학과로 명칭을 바꾸자 인기가 하늘로 치솟은 일과 유사했다.

기술은 늘 거품을 먹고 자라는 법. 세간의 주목을 받은 새로운 기술혁신치고 거품이 끼지 않았던 것은 없다. 세간에는 거품을 사기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거품을 경계하는 시선이다. 그러나 거품은 기술혁신 자체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것을 바라보는 대중이 만든다. 그러기에 거품은 사기보다는 과잉기대에 가깝다.

과잉기대는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꺼지기 마련. 감정적으로는 흥분이 가라앉으면서 이성을 되찾게 되기 때문이고, 실증적으로는 시간이 가면서 검증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이 상당히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지난 2년 동안 우리는 과연 무엇을 봤고 어떠한 변화를 실증적으로 관찰했는가.

주위 어디를 쳐다봐도 빅데이터, 인공지능, 드론, 3D 프린터가 새로운 신산업을 일으키고 있는 조짐은 잘 보이지 않고 있다. 가시적인 모습이 있다면, CES 가전쇼나 평창올림픽 드론 쇼와 같이 그저 전시장 속에서 관찰될 뿐이다. 그 쇼나마 한국기업이 주도하고 있다면 위로라도 삼겠지만, 불행하게도 평창올림픽 드론 쇼는 외산이었다.

방향정립도, 냉철한 계획수립도 없이 그저 머리와 입만으로 부화뇌동한 것이 아니라면 이렇게 실질적 성과가 안 보일 수는 없다. 과연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만한 제도적, 기술적, 경영적 기반을 제대로 가지고 있기나 했던 것일까. 기반도 갖추지 않은 채 4차 산업혁명이 우리의 미래를 짊어질 경제성장의 견인차라고 외치기만 했다면 그것은 자기기만이다.

2018년 오늘 4차 산업혁명은 어느덧 우리의 관심과 기대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한 채 어느덧 말로만 익숙해져 버린 4차 산업혁명은 이제 벅찬 기대도, 호기심에 찬 관심도, 세상을 열겠다는 열정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어느 누구도 이것이야말로 4차 산업혁명의 소중한 싹이라고, 그래서 이제부터 이를 소중히 가꾸어 가시적인 신사업을 창출해야 한다는 구체적 실행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저 정처없이 흘러가는 4차 산업혁명의 수레에 몸을 싣고 불편한 마음을 감추고 있을 뿐이다.

디지털 시대에서 2년이면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그 2년 동안 우리나라는 과연 4차 산업혁명의 구호아래 얼마나 의미있는 걸음을 내딛었는가. 이제는 냉철히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아야 한다. 처절한 자기성찰도 필요하다. 더 이상 구호에만 그치는 4차 산업혁명에 목매달고 있으면 안된다. 이제부터는 작더라도 가시적이고 손에 잡히는 실질적 변화와 성과를 만들어 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냉철한 중간점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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