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이끌 우수인재상', 국제 피아노 페스티벌 아티스트상을 비롯해 국내외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피아니스트 김예지 씨. 1급 시각장애인인 그녀에게 보이지 않는 세상에 대한 두려움은 크지 않다. 200회가 넘는 정기연주회를 진행했고, 숙명여대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는 그녀의 곁에는 늘 자신과 함께 호흡하는 안내견 찬미가 있다. 지식채널e에서는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김예지 씨와 은퇴를 앞둔 안내견 찬미의 특별한 우정을 다룬 '그녀와 그녀의 강아지'를 방송한다.(사진)
시각장애 피아니스트 김예지 씨는 다른 이들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피아노를 연습한다. 1급 시각장애인인 그는 통째로 악보를 외우지 않으면 연주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피아노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다. 그런 그의 뒤에서 웅크리고 앉아 지켜보는 존재가 있다. 안내견 '찬미'다. 연습 내내 그녀의 피아노 연주를 듣다 보니, 그가 어디서 실수를 하는지, 언제 곡이 끝나는 지를 정확히 알고 있을 정도다. "음악의 시작과 끝을 알아요. 제 음악 하는 친구들이 놀라죠. 개도 안다!"라며 예지 씨는 안내견 찬미의 신기한 능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의 세상은 희미한 빛과 어둠뿐이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에 제약이 있을 거라는 건 오산이다.
그는 대학에 장애인 특별전형이 없던 시절, 일반 전형으로 피아노과에 합격했다. 안내견 찬미를 만나면서 미국 유학도 다녀왔다. 지금은 모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무수히 많은 사람의 편견과 싸워야만 했다. 특히 시각장애인이 강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겠느냐는 교수들의 반대를 이겨내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지금은 제자들로부터 가장 존경받는 교수 중 한 사람이 됐다. 과연 우리는 세상을 편견 없이 제대로 보고 있을까? 고,,,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 그의 두 눈이 되어준 존재는 찬미였다. 하네스(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을 이어주는 도구)로 연결된 둘은 함께 호흡하며 세상 속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계단이나 장애물이 나타나면 찬미는 우선 걸음을 멈춘다. 시각장애인용 지팡이에 의지할 때와 달리 그는 어디든 갈 수 있는 자유를 얻었다고 말한다.
그런 든든한 동반자였던 찬미는 올해 10살, 곧 은퇴를 앞두고 있다. 수많은 추억을 공유한 이 둘은 과연 잘 이별할 수 있을까?
안내견과 시각장애 피아니스트 김예지 씨의 특별한 우정을 다룬 지식채널ⓔ '그녀와 그녀의 강아지' 편에 EBS1에서 방송된다.
김지영기자 kj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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