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청원 전자부품연구원장
![[포럼] 세계 최고 `스마트시티` 구축하려면](http://contents.dt.co.kr/images/201802/2018020202102251607001[1].jpg "[포럼] 세계 최고 `스마트시티` 구축하려면")
새해 들어 미세먼지로 인한 차량 2부제가 여러 차례다. 교통체증, 에너지수급, 불안한 치안 등 그 밖의 도시문제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같다. 문제 해결방식도 여전하다. 규제를 통해 시민들의 행동을 제약하는 것이다. 하지만 변화의 조짐이 있다. 문제를 해결하면서, 편의까지 증진시킬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포문은 CES다. 가전박람회에 자율주행차와 IoT, AI까지 합세하더니, 올해는 스마트시티 테마관이 신설되고, 혁신상도 생겼다. 도시문제 해결의 핵심은 ICT기술과 도시인프라 간 융합이다.
먼저 교통분야는 자율주행택시와 셔틀, 자율배송로봇이 다니는 토론토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와 같이, 교통체증을 완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 눈길을 끌었다. 안전 분야도 마찬가지다. 실시간 공기질 측정이나 하천 수위 모니터링 같은 환경감시 시스템은 물론, 불청객을 인식해 통보하는 인공지능 CCTV도 나왔다. 이외 직류 마이크로그리드나, 스마트 에너지미터, 도시조명 시스템 등 에너지 관련 솔루션도 공개됐다.
스마트시티는 사실 민간보다 정부차원의 관심이 큰 이례적인 분야다. 산업계가 스마트시티를 스마트홈의 공간적 확장 정도로 인식하는 동안, 미국, EU, 중국 등 주요국은 수년전부터 종합적 차원에서 스마트시티 계획을 수립하고, 중소·벤처기업의 참여를 유도하는 등 스마트시티 구현에 힘써왔다. 스마트시티는 향후 수십 년간 식지 않을 난로다. 세계 도시인구가 2014년 34억 명에서 2030년 50억 명에 육박하는 등 지속 증가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2016년 16%에 불과한 도시지역에 인구의 92%가 거주할 만큼 밀집이 심하다. 온 국토가 스마트시티 테스트베드인 셈이다.
중요한 것은 불과 10여 년 전 IT코리아의 기적, 인프라 강국의 비결이 아이러니하게도 오밀조밀한 주거환경 덕분이었다는 사실이다. 시간이 흘러 유선통신이 5G로 대체되고 IoT와 AI가 필수기술이 됐지만, 스마트시티 근본은 인프라와 IT기술의 만남이다. 우리는 과거 U-시티 개념을 최초로 제안한 저력이 있다. 당시는 기술이 부족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19년 세계최초 5G상용화가 눈앞인 것은 물론, 5G와 WAVE통신에 기반한 스마트도로도 구축 중이다. 아울러 온라인상의 버추얼 빅데이터와 AI기술은 후발주자지만, 실생활에서 측정되는 리얼 데이터 기반의 IoT와 미션중심의 AI는 해볼 만하다.
정부도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해 스마트시티를 혁신성장동력으로 정하고, 스마트도시 조성에 관한 법률을 공표하는가 하면, 자율차 실도로 운행을 위해 관련 법령 개정도 계획했다. 최근에는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중심으로 세종과 부산을 스마트시티 시범도시로 선정했다.
도시문제 해결에 정부역할은 필수다. 개별기업의 역량만으로 구조적 문제를 해소할 수 없기 때문이다. 스마트시티가 IT코리아의 두 번째 구름판이 될 수 있도록 스마트시티 융합얼라이언스 등 정부가 나서 판을 짜고, 핵심기술개발을 지원하는 동시에 관련 기업의 육성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글로벌 표준 선점 등 플랫폼 경쟁의 특성을 감안할 때, 국내 대기업들이 플랫폼 구축의 주도적 역할을 하고, 중소·중견기업뿐만 아니라 시민 등 다양한 수요자가 참여할 수 있는 혁신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유도해야 한다.
끝으로 보안이다. 스마트시티의 기반은 5G, IoT, WAVE 등 통신기술이다. 따라서 정보 보안이 생명이다. 최근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해킹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가상화폐가 이슈화 됐다. 하지만 지난달 일본 가상화폐 거래소 해킹 사고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14세기 유럽은 도시문제 해결의 벽을 넘지 못했다. 길거리 오물을 밟지 않기 위한 자구책으로 하이힐을 개발하고 문제를 회피했다. 이제 하이힐은 필요 없다. 도시생활의 질이 향상되는 것은 물론, 시민의 불편 없이 도시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세상. 그것이 바로 스마트시티가 꿈꾸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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