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3000억 중견기업도 `벤처` … 지원 늘려 `피터팬 증후군` 없앤다

지원 중단 부작용에 성장 거부
중견기업도 벤처 지원 대상 포함
미용·목욕도 신기술 접목땐 인정
"벤처기업 숫자만 늘 것"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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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벤처기업 정의부터 규모 제한, 업종 규제를 전면 개편하기로 함으로써 국내 벤처생태계에 근본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벤처기업=중소기업'이란 등식을 깨고 연매출 3000억원의 초기 중견기업까지 벤처기업에 포함함으로써 벤처기업 지원정책의 방향과 세부 내용이 큰 폭으로 달라질 전망이다.

1월 31일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민간중심의 벤처생태계 혁신대책'에는 그동안 중소기업 이하로 한정하던 벤처기업 규모를 매출 3000억원 미만 초기 중견기업까지 포함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동안 기업들은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순간 정부 지원이 갑자기 중단되고 규제가 늘어나는 단절을 경험해야 했다. 이 때문에 성장을 거부하는 '피터팬 증후군'이 기업들 사이에서 만연한 게 현실이다. 이번 개편으로 중견기업까지 벤처 지원대상에 포함시킴으로써 이런 부작용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단, 벤처의 세제 특례나 재정지원은 중소기업에 한해 지원토록 해 규모별 형평성도 맞췄다는 평가다.

벤처확인 인증이 정부 주도에서 민간 중심으로 바뀌면서 벤처확인기업의 경쟁력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는 "민간 투자는 기업의 수익성과 사업성에 기초해 이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평가기준이 더 엄격하다"면서 "벤처확인 주체가 민간전문가 중심으로 바뀌면 성장성과 혁신성에 기초한 인증 발급이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존 23개에 달하던 미용·임대·골프장운영·목욕업 등 금지업종의 경우 전통산업이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등 신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벤처로 분류하기로 해 다양성을 보장했다. 단, 주점업과 무도장 운영업 등 유흥업종 5개는 계속 규제해 사행성 업종의 난립을 막는다.

석종훈 중기부 창업벤처혁신실장은 "언제 생겨날지 모르는 문제 때문에 규제하기보다 기업 자율로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도록 열어주는 게 필요하다"면서 "서비스가 성장성, 혁신성, 연구개발이라는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에 한해 열어주겠다는 것"이라고 기준을 분명히 했다.

중기부는 벤처확인·벤처투자·모태펀드 등 벤처 관련 제도를 우선 개편하고 이후 벤처생태계 전반에 대한 전방위적 혁신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석 실장은 "규제 개혁이 필요하지만 기존 산업과의 이해관계가 얽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이해관계가 적거나 없는 규제부터 고치기 시작해 신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는 모델을 찾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발표에 대해 민간 중심으로 벤처생태계를 조성할 경우 단순히 벤처기업의 숫자를 늘리는 것으로 그치진 않을지, 민간전문가로 구성될 벤처확인위원회의 모럴 해저드를 방지할 방안은 마련돼 있는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이정희 중소기업학회장(중앙대 교수)은 "민간에 맡기는 방안은 찬성하지만 확인 기준을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게 만들고 질을 담보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위원회는 청탁에 의한 확인 남발이 이뤄지지 않도록 방지책을 마련하고, 다수가 인정할 수 있는 전문가들로 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발표가 창업 활성화보다 기존 기업에 혜택을 주고 벤처기업 저변을 넓히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창업 유인을 높이는 추가적인 정책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박철우 한국산업기술대 교수는 "벤처생태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정책"이라면서도 "결국 좋은 벤처기업이 많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창업이 많아져야 하는 만큼 창업 유인을 늘리는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박종진기자 truth@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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