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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의 과학세상] (634)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암호화폐 막대한 거래비용 문제 심각
블록체인 기술 긍정활용 방안 찾아야 

입력: 2018-01-09 18:00
[2018년 01월 10일자 14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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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의 과학세상] (634)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비이성적 투기의 대상이 돼버린 가상화폐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시작되고 있다. 거래실명제를 실시하고, 무분별한 온라인 광고도 규제한다. 거래소 폐쇄 등의 극단적인 처방도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규제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시기가 너무 늦었고, 실효성도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실제로 규제 소식에도 가상화폐에 대한 열기는 조금도 식지 않고 있다. 지나친 규제 때문에 자칫 4차 산업혁명의 불씨를 꺼져버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가상화폐는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암호화폐'(cryptocurrency)다. 2009년 1월 3일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익명의 인물에 의해 탄생된 것이다. 비트코인은 혁명적인 '블록체인' 기술로 구현한 '분산원장'을 기반으로 운영된다. 거래의 구체적인 내역을 기록한 '블록'을 '체인' 형식으로 연결한 거래원장의 암호화된 사본을 클라우드 시스템에 '분산' 저장해둔다.

암호화폐에는 거래의 유효성을 확인해주는 '발행기관'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핵심이다. 발행기관의 역할을 분산 저장해둔 암호화된 블록체인에 맡겨버렸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사용자들이 특별히 노력할 필요는 없다. 블록체인을 관리하는 소프트웨어가 분산형으로 저장된 원장의 암호화된 사본들을 근거로 모든 일을 처리해준다.

암호화폐의 정체는 애매하다. 우리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할 때 사용하는 진짜 화폐와는 그 기능이 전혀 다르다. 현실적으로 암호화폐로 상품을 구매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다고 온라인에서 거래되는 일반 상품도 아니고, 금융기관에서 취급하는 금융상품도 아니다. 정부도 암호화폐의 정체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 인터넷 세상에서

익명으로 운영되는 암호화폐는 무정부적이다. 정부 차원에서 암호화폐의 거래를 일일이 관리하거나 규제할 수도 없다. 실명제를 적용하기도 어렵고, 세금을 부과하기도 어렵다. 우리가 애써 이룩해놓은 대부분의 사회적 규범과 제도가 암호화폐 앞에서는 무력해질 수밖에 없다.

암호화폐가 매력적일 수도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 발행된 암호화폐만 해도 무려 1385개나 된다. 물론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다. 절반 이상이 곧바로 퇴출돼버렸다. 원조격인 '비트코인'과 함께 2015년 '스마트 계약' 기능을 추가한 '이더리움' 정도가 암호화폐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암호화폐의 문제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 과연 현실 세계에서 암호화폐의 긍정적인 역할이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다. 암호화폐가 국가경제나 세계경제에서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가 불확실하다는 뜻이다.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가 생산적인 용도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오히려 자금세탁 등의 불법적 목적으로 이용될 가능성도 있다.

암호화폐의 무거운 거래비용의 문제도 심각하다. 암호화폐나 블록체인 기술의 개발에 어떠한 기여도 하지 않은 '거래소'가 엄청난 불로소득을 챙기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사회적 관리도 생각처럼 쉽지 않은 모양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충분한 수준으로 완성된 것도 아니다. 어쩔 수 없는 소프트웨어 오류에 의한 피해도 발생하고, 해킹도 완벽하게 막아내지 못하고 있다. 사용자와 거래가 늘어나면 거래원장의 사본이 많아지고, 거래를 인증하는 절차도 복잡해진다.

블록체인 기술의 진흥을 위해 암호화폐를 용납해야 한다는 주장은 앞뒤가 뒤바뀐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의 인센티브가 반드시 암호화폐여야 할 이유는 없다. 블록체인 기술을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하다. 우리 사회는 불과 반 년 남짓한 기간에 암호화폐 투기의 '그라운드 제로'가 돼버렸다. 다보스포럼이 블록체인 기술을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선정했기 때문이었다. 다보스포럼이 미래전망과 기술평가 전문기관일 수는 없다. 다보스포럼에 대한 우리의 비이성적인 관심부터 정리해야 한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탄소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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