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무역 1조달러·성장률 3%대 회복
반도체·석유화학 등 호황 효과에 불과
디지털혁명 변화에 사업 미래 '불투명'
자동차산업 '위기'· 제조업 근간 '흔들'
"기업·산업 혁신형 조직 구조 갖춰야"
반도체·석유화학 등 호황 효과에 불과
디지털혁명 변화에 사업 미래 '불투명'
자동차산업 '위기'· 제조업 근간 '흔들'
"기업·산업 혁신형 조직 구조 갖춰야"
■혁신성장 2018
경제 도약, 새 틀을 짜자
산업체질, 혁신형으로 바꿔라
2018년 무술년의 새로운 해가 떴다. 우리 산업은 지난해 긴 불황의 터널을 뚫고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했고, 경제성장률도 3년 만에 3%대를 회복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경제 호재가 반도체와 석유화학 등 일부 업종의 일시적 호황 효과에 불과하다는 비판론도 만만찮다.
한국무역협회가 집계한 작년 10월 말까지 수출 기여율을 보면 반도체가 40.1%에 이르고, 석유화학 10.2%, 석유제품 9.3%로 전체 성장 기여율의 절반을 넘는다.
하지만 이들 사업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석유화학 업종의 경우, 국제유가의 점진적 상승에 따른 원가 경쟁력 악화와 중국의 성장 둔화 등으로 올해 경기가 작년만큼의 상승세를 이어가진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원유 정제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규모의 경제를 가지고 있는 중국과 셰일가스를 앞세운 미국, 불안한 중동의 원유 공급 상황 등을 고려할 때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이 가야 할 길은 험난하다.
세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던 메모리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당분간 시장 호황이 이어지겠지만, 중국의 성장과 일본 재도약 등이 변수다. 중국 BOE는 지난 3분기 9인치 이상 대형 디스플레이 패널(LCD·OLED 등) 시장에서 21.7%의 점유율(출하량 기준)을 기록해 12년간 1위를 지켰던 LG디스플레이를 처음 제쳤다. 중국이 장악한 LCD 대안으로 우리나라 업체들이 키우고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시장에서도 재팬디스플레이와 BOE 등이 2019년 이후 본격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메모리반도체 역시 중국 추격이 시작되고 있다. 중국 칭화유니그룹은 3차원 낸드플래시 양산 시점을 올해 말로 예정했고, 푸젠진화반도체는 370억 위안(약 6조원)을 투자해 내년 9월부터 20나노 후반 또는 30나노급의 D램 양산을 시작한다. 중국이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우리나라를 따라잡기까지 10년 정도 걸린 점을 고려하면, 메모리반도체 역시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기술력을 앞세운 일본, 저렴한 인건비 등이 장점인 중국과 치열하게 경쟁 중인 조선업은 경쟁국이 치열한 구조조정과 기술개발로 경쟁력을 한층 높이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는 정치적 이유 등으로 조선 산업 구조조정의 골든 타임을 놓쳤다.
자동차 시장은 친환경·자율주행차로 시장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가장 큰 위기이자 기회를 맞았다. 폭스바겐과 제너럴모터스(GM), 도요타 등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물론 구글, 애플 등까지 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미래 차 시장은 큰 변화의 물결 속에 있다. 그러나 국내 상황은 빈약한 친환경차 내수 시장과 완성차·IT(정보기술) 업체 간 협력 부재, 기반기술 부족 등의 이유로 선진국과 비교해 한 발 뒤처져 있다.
여기에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물결은 우리나라 경제를 이끄는 제조업의 근간을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디지털 혁명이 가속화되면서 기존 산업의 경계가 무너지고 비즈니스 모델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세계 1위를 차지한 미국 테슬라와 차량공유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 우버 등 4차 산업혁명은 발상의 전환과 빅데이터 수집·분석 능력을 갖춘 업체들이 이미 기존 시장의 판도를 바꿨고, 앞으로 제2, 제3의 테슬라와 우버는 계속 나올 가능성이 충분하다.
또 3D 프린터의 등장 등으로 소품종 대량 생산의 시기가 끝나면서 제조업 전반이 큰 변화의 물결에 직면했다. 앞으로 소비자 개개인의 요구에 누가 더 빨리 대응해 혁신제품을 만드는지가 제조업의 주요 경쟁력으로 부상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기 위한 조직문화 혁신 움직임도 세계 곳곳에서 시작하고 있다.
여기에 환율과 보호무역도 올해 우리 경제 성장의 불안 요인 중 하나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2017년 1∼9월 중 보호무역주의 조치에 따른 한국의 직·간접적 수출 차질 규모는 전체 통관 수출의 0.7%(24억 달러)에 달했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 결과와 우리 정부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발표 이후 냉각했던 중국과의 관계 개선 등 올해 우리 수출에 영향을 미칠 요인이 많이 남아 있다.
이는 지금까지 선진국을 추격하던 지금까지 우리 제조업의 전략으로 더 버티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과 재계는 이 같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응하려면 혁신형 조직 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박시후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대학원 연구원은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빠른 환경에서는 후발 주자의 혁신이 지속 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다. 선발 주자가 이미 시장을 장악해 대부분을 전유해버렸기 때문"이라며 "미래 변화를 예상할 수 없는 요즘은 다양한 분야에 혁신 역량을 갖춰 누구보다 빨리 혁신할 수 있는 전략을 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스마트의료·금융 등 지능화 융합을 기반으로 한 산업 혁신, 사회문제 해결 기반의 신성장 촉진, 연구자 중심의 R&D 체계 혁신으로 성장동력 기술력 확보, 4차 산업혁명 지능화 산업 생태계 조성, 고용변화에 선제 대응하는 인력·안전망 구축 등의 내용을 담은 '사람 중심의 4차 산업혁명 대응계획'을 마련해 발표했다.
재계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으로 기존 산업 구조가 모두 무너지고 새로운 생태계가 탄생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정부와 기업 모두 가지고 있지만, 아직은 기존 산업에 대한 미련도 놓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기업과 산업 구조 자체를 혁신형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우리 제조업의 미래는 어두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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