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렬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시론] `깨진 유리창 법칙`](http://contents.dt.co.kr/images/201712/2017122902102351607002[1].jpg "[시론] `깨진 유리창 법칙`")
일련의 사고 소식을 접하면서 '깨진 유리창법칙'이 언뜻 떠올랐다. '깨진 유리창 법칙'은 깨진 유리창처럼 사소한 것을 방치해두면 나중에 큰 범죄로 이어진다는 범죄심리학 이론으로, 1982년 제임스 윌슨(James Wilson)과 조지 켈링(George Kelling)이 월간잡지 'Atlanta'에 발표한 범죄학 이론이다. 건물주인이 건물의 깨진 유리창을 그대로 방치해두면, 지나가는 행인은 관리를 포기한 건물로 판단하고 돌을 던져 나머지 유리창까지 모두 깨뜨리게 되고, 절도나 강도와 같은 강력범죄가 해당 건물에서 일어날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즉 깨진 유리창과 같은 작은 일이 도시 전체를 무법천지로 만들 수 있는 큰 재난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사고가 나야 그때 가서 잘잘못을 따지고, 사건이 수습되면 이런 사고에 대한 근본 대책을 마련하기 보다는 말로만 난리법석을 떨고 때로는 잊혀지기만을 기다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우리의 큰 슬픔인 세월호 대형참사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됐더라면 참사 후 3년이 지난 올해 29명의 생명을 빼앗은 영흥도 낚싯배 사고가 이렇게 커질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의 다양한 사고들이 향후 사건 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어지기 보다는 정치적 이용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우리사회는 생명에 대한 소중함보다 권력에 대한 쟁취를 먼저 생각하는 대혼란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건,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과 같은 또 다른 대형 참사가 우리 사회에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서둘러 '깨진 유리창법칙'이 예고하는 미래의 대형참사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는 법과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 최근 모든 사고들이 법과 원칙을 지켰더라면 일어날 수 없는 사고인 것 같다. 우리 사회가 고속 성장을 거듭하면서 법과 원칙을 무시하고 성과만을 고집했기에 하루 아침에 법과 원칙을 지키기가 어려운 것 같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선진국으로 진입했고 선진국으로서의 위상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라도 법과 원칙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작은 정부를 추구하지만 사고에 관한 한 정부는 강력한 리더십을 가지고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은 구성원에 대해서 강력한 제재를 해야 한다. 국회 역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해서는 법과 원칙을 확고히 세울 필요가 있다. 또한 우리 국민 모두가 선진 시민으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마음 가짐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 대 국민 교육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서 법과 원칙을 존중하는 문화를 창출해야 한다. 최근 사고들을 보면서 우리 사회에 가장 시급한 것은 성장도 아니고 고용도 아닌 법과 원칙을 준수하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비단 인재로 인한 사고뿐만 아니라 자연재해에 대한 대비도 철저히 해야 한다. 올해 포항과 경주에서의 지진 그리고 계속되는 여진으로 우리 국민 모두가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이와 같은 자연재해로부터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비 훈련이니 교육조차 제대로 되고 있지 않는 것 같다. 어쩌면 우리 사회에는 이미 안전불감증이 만연해 있는 것이 아닌가. 특히 그 동안 실시됐던 민방공 훈련도 요사이는 형식에 치우치고 우리 국민들도 역시 점점 무관심해지는 것 같다.
'사람' 중심의 정책을 펼치고 있는 현 정부는 '사람' 중심의 성장 및 복지도 중요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사람'에 대한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세계 강대국의 패권주의와 4차 산업혁명의 파고가 세계 정치는 물론 경제를 점점 더 불확실성 속으로 빠뜨리고 있는 대혼란의 시기에 우리 사회는 구성원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근본적 대책 마련을 위한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 또한 이제부터라도 구성원 각자가 거리보다는 자기 자리로 돌아가 각자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 유난히 추운 2017년 겨울이 지나고 2018년 화사한 봄이 왔을 때 우리 사회가 다시 한번 후회하지 않으려면 우리 모두 초심으로 돌아가 법과 원칙을 성실히 준수해야 한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