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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화영 칼럼] 중산층을 위한 나라는 없다

심화영 과학유통건설부장 

입력: 2017-12-10 18:00
[2017년 12월 11일자 22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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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화영 칼럼] 중산층을 위한 나라는 없다
심화영 과학유통건설부장
한 경찰·수사 드라마. 길거리에서 발견된 시체의 신원과 사인을 밝히기 위한 부검 장면. 남루한 행색과 악취에 모두들 노숙자라고 생각했지만, 검시관이 죽은 이의 입을 벌려 살피면서 치아가 가지런하고 미백이 돼 있는 것을 보고 '중산층'으로 추측한다. 위 사례는 중산층의 기준이 변화하는 단적 사례다. 현재 전 세계가 동의하는 중산층의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 다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중위소득(50~150퍼센트)인 가구를 중산층으로 분류한다.

중산층의 기준은 제각각이나 이 중산층이 두터워야 나라가 튼튼함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한 100세 노교수는 '소득은 중산층이면서 사회교육적으로 교양이 있는 사람들'을 가장 행복한 집단이라고 했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당신은 중산층인가요'라고 물으면 대부분 '서민'이라고 답한다. 중산층이라고 자각할 행복감이 없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나라에는 이처럼 중산층도 없고, 중산층을 위한 정책도 없는 것 같다.

실제 중산층이 무너지는 징후도 곳곳에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산층에 해당하는 소득가구의 실질소득은 올 3분기에도 8분기 연속 줄어들었다. 가계소득 통계를 파악할 수 있는 2003년 이래 최장 감소 기록이다. 게다가 중산층과 상류층 간 격차는 계속 벌어진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종합소득세 상위 0.1%의 평균 소득액은 26억8600만원. 이는 종합소득세 중위 소득자보다 248.1배 많다.

그렇다면 정부는 중산층을 두텁게 하는 정책을 펴고 있나. 지난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몇 개월 새 집값을 잡기 위해 다섯 번의 부동산 규제 정책을 내놨다. 그러나 부동산규제로 실제로 타격을 입는 계층이 '투기층'이 아닌 중산층이라는 말이 나오니 어찌된 걸까. 정부는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빚내서 집 못 사도록 대출부터 손봤다. 정부는 총부채상환비율(LTV), 담보인정비율(DTI)을 강화하고, 신DTI를 내년 도입하며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드는 돈줄을 죄고 있다.

그런데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어 거래량은 급감하는 반면 성사되는 소수의 거래 가격이 상승해서 전반적인 부동산가격 지표를 끌어올리고 있다. 결과적으로 실수요자만 피해를 보는 셈이다.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공공임대주택 확대가 답이 될 순 없다. 한 30대는 "새 정부에서 신혼부부 중 집 살 수 있는 친구들은 본인은 소득 수준이 낮은데 부모님이 능력이 좋아서 대신 집을 구매해 줄 수 있는 금수저들이에요"라고 말한다. 그는 "맞벌이 신혼부부들은 소득 수준이 높아 청약 대상 조건에서 한참 벗어나서 살 수 없거든요"라고 덧붙인다.

재건축 신규 분양 단지의 분양가를 낮추기 위한 정부 규제는 집값 안정과는 상관없이 돈 많은 금수저들에게 '로또 아파트'를 안겨주는 부작용이 속출했다는 말도 들린다. 정부의 압박에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낮아진 강남권 분양시장이 부자들에게 앉아서 수억원을 벌 '기회의 장'으로 변질 됐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경우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당첨되더라도 금융규제 강화로 돈줄이 막힌 상황에서 계약에 필요한 수억원대 자금 마련이 사실상 어려워 결국 당첨을 포기해야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일 뿐이다.

국민의 체감온도가 이 정도라면 문제다. 상위 1%만 부를 계승하는 나라에는 희망이 없다. 경제적 약자를 위한 복지정책은 당연히 필요하다. 다만 빈곤층을 살피고 다주택자를 잡기 위한 정책이 자칫 1가구 2주택 이하 수준의 중산층을 옥죄는 정책이어서는 좋지 못하다. 복지 정책을 집행하는 '재정'은 국민이 낸 세금이다. 엄청난 세금 부담을 가장 뼈아프게 떠안는 계층이 중산층이다. 중산층을 위한 사회 안전망을 고민하고, 중산층을 위한 정책을 펴는 것도 나라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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