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부 교수
![[DT광장] 겨울철 도로 불청객 `블랙아이스`](http://contents.dt.co.kr/images/201711/2017113002102351052001[1].jpg "[DT광장] 겨울철 도로 불청객 `블랙아이스`")
주변에 강이나 호수가 있는 지역은 눈이나 비가 내리지 않아도 새벽에는 타 지역보다 서리가 많이 내리게 된다. 새벽에 내린 서리는 해 뜰 무렵 녹아 없어지게 되지만, 다리 위는 지열이 전달되지 않으면서 위아래로 바람이 계속 불기 때문에 일반도로 보다 기온이 몇 도 더 낮아서 서리가 좀 더 오래 유지된다. 이렇게 되면 노면의 마찰계수가 빙판길과 유사할 정도로 낮아지면서 제동거리가 2배 이상 길어지게 된다. 보통 시속 100km 주행 시 젖은 노면의 제동거리를 새 타이어 기준으로 50m 내외로 본다. 문제는 죽기 살기로 브레이크를 밟았을 경우가 50m인 것이고, 앞차의 제동상황을 보면서 브레이크를 살짝 밟았다가 위험하다 싶을 경우 놀래서 꽉 밟는다고 가정하면 70m 이상으로 길어질 수 있다. 여기에 타이어가 마모됐거나 공기압이 다소 부족한 상황 등을 고려하면 제동거리는 상상 이상으로 길어진다. 설상가상으로 결빙돼 있으면, 시속 100㎞ 주행 시 제동거리가 어림잡아 150~200m 가까이 길어지게 된다. 앞차도 어차피 같이 미끄러진다고 주장하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앞서가던 화물차에서 낙하물이 떨어지거나, 앞차가 정차해 있던 그 앞차를 추돌해서 바로 정지할 경우 무척 위험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는 것이다 .
사고가 난 지역에 블랙아이스가 있었다는 의견도 있다. 겨울철에 눈이나 비가 내려 낮 동안에 녹아서 아스팔트 틈새로 스며들었다가, 밤에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녹았던 물기가 도로의 기름 및 먼지 등과 섞여 까맣게 얼게 되고, 까맣고 반짝반짝 하면서 눈에 잘 안 띄는 특성 때문에 블랙아이스라 부른다. 블랙아이스는 가까이 다가가면 오히려 눈에 안 띄는 경우가 많고, 다소 거리가 있을 때 반짝이는 것이 보인다. 야간에는 반대차선의 라이트 불빛이 반사되는 정도로 구분할 수 있다.
만약 운전 중에 블랙아이스가 발견되면, 미리 차량의 속도를 낮추고 앞차와의 거리를 충분히 유지한 후에 블랙아이스 구간은 가능한 브레이크나 핸들 조작 없이 지나가는 것이 안전하다. 최근에는 염화칼슘 등의 영향으로 도로 곳곳이 파이고, 구멍이 난 포트홀이 제법 많이 존재한다. 이런 부분에 눈이나 비가 고이기 쉽고, 여름철과 같이 증발이 쉽게 되지 않은 날씨 탓에, 야간이나 새벽에 얼면서 블랙아이스가 많이 생기고 있다.
다중 추돌사고는 눈이 잔뜩 쌓여 있는 한 겨울 보다, 지금과 같이 막 겨울이 시작되거나 이른 봄철과 같은 환절기 새벽에 많이 발생한다. 도로가 얼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안 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장거리운전을 하면서 산악지역으로 접어들거나 그늘진 산모퉁이 도로를 이용할 경우 전후좌우를 살핀 후 안전하다고 판단되면, 브레이크를 살짝 밟아 노면 상태를 체크하는 요령으로 안전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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