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후 미국 내 한국 투자기업의 고용인원이 배 가까이 늘어났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미 FTA가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 이바지했다는 뜻이다.
한국무역협회는 미국 기업신용정보회사인 D&B(Duns & Bradstreet)가 보유한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결과 올해 8월 기준 미국 내 한국 투자법인 847개의 고용 인원이 7만5000여명에 이른다고 21일 밝혔다.
이는 미국 상무부 경제분석국(BEA)의 2011년 조사 결과와 비교했을 때 거의 배 가까이 늘어난 숫자다. BEA는 2011년 미국 내 한국계 기업의 고용인원이 3만5100명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BEA의 통계와 D&B의 데이터베이스를 직접 비교하긴 어렵지만, 전수조사를 한 만큼 한국계 기업의 고용이 늘어났다는 근거로 보기엔 충분하다"고 말했다. BEA 역시 FTA 발효 이후 한국계 기업에 대해 총자산과 매출액, 고용이 연평균 15.0%, 9.8%, 10.3% 증가하는 등 주요 지표를 모두 양호하게 평가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법인 수는 캘리포니아가 303개, 텍사스 78개, 뉴저지 78개, 앨라배마 60개 등의 순서로 많았다. 특히 미주리와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등 미국 중부·동북부 10개 주를 뜻하는 러스트 벨트(Rust belt)에 전체의 17.4%인 147개사가 모여 있다.
고용인원 수는 마찬가지로 캘리포니아가 1만3300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앨라배마 1만2500명, 조지아 1만1300명 등의 순서였다. 러스트 벨트 10개 주의 고용인원은 1만2000명으로 전체의 16%를 차지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비중이 가장 높은 가운데, FTA 이후 도매업, 소매업 진출은 감소한 반면 컴퓨터 프로그래밍·엔지니어링, 냉난방·전력시스템, 교통·통신 등 서비스 분야 진출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협회는 또 미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들이 현지 직원들과의 화합과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으로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LS가 인수한 슈페리어 엑세스의 경우 금융위기 발발에도 경영진과 종업원을 최대한 유지했고, 이후 적극적으로 차입금을 상환하는 등 기업 회생을 위해 노력한 결과 작년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조성대 무역협회 미주실 차장은 "한미 FTA가 미국 일자리를 감소시켰다는 일부 주장이 있으나, 오히려 한국기업들의 투자가 늘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