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목 국회 보좌관
![[DT광장] 막오른 국감, 이젠 구태를 벗자](http://contents.dt.co.kr/images/201710/2017101102102351051001[1].jpg "[DT광장] 막오른 국감, 이젠 구태를 벗자")
긴 추석 명절 연휴가 끝나고 이제 국정감사 시즌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고 첫 국정감사로, 20대 국회 들어서는 두 번째다. 특히 이번 국정감사는 여·야가 서로 각오를 다지며 바짝 벼르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과거 국가정보원의 여론조작과 문화예술계의 블랙리스트 작성책임을 따지는 등 국정농단세력의 적폐청산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청와대의 인사실패와 안보관계 대처과정 그리고 대선 공약이행 등 새 정부의 문제점을 들춰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988년 즉 13대 국회 시절 여소야대 정국하에서 16년만에 부활한 국정감사가 어느 새 서른 번 째다. 국정감사는 국회가 입법·재정·국정통제의 권한 등을 유효적절하게 행사하기 위해 국정전반에 대해 감사하는 것을 말한다. 국회의 가장 강력한 행정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수단이다. 상임위원회마다 국정감사 계획서가 채택된 상태다. 피감기관에 송부할 보고·서류제출 요구와 피감기관, 일정이 정해졌고, 증인·참고인 등의 출석요구서 송달도 어느 정도 마무리 단계다.
벌써부터 보좌진들은 피로감이 역력하다. 의원실마다 야근을 밥먹 듯 한다. 의원회관에서 숙식을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취침 도구까지 준비하면서 이른바 '한 건'을 하기 위해서다. 특종을 발굴해 언론에 대서특필 되는 것이 목표다. 대형 이슈를 발굴하면 보좌진들은 국회의원과 국민들로부터 인정을 받게 되고 이는 가장 큰 보람이 된다. 국회의원이 '국정감사 스타'로도 부각되기도 한다. 이를 위해 보좌진들은 자료를 꼼꼼히 훑어보고 전문가와 공익제보 등을 활용하고, 부실시공이나 환경오염 등 현장에 직접 나가 사진과 동영상 촬영을 해오기도 한다. 충실한 정책자료집도 발간한다. 눈 코 뜰새 없이 바쁜 셈이다.
국정감사는 해를 거듭할수록 노하우와 질의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있다. 근거 없는 의혹 제기로 일관하거나 생트집을 잡는 사례가 바로 그것이다. 제시된 통계가 잘못돼 팩트 자체가 틀리는 상황도 여전하고, 정치공세로 배정된 질의시간을 허비하면 보는 이에게 짜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나아가 자질을 의심케 하는 질의는 국민적 질타의 대상이 되곤 하며, 증인·참고인들을 무더기로 신청했다가 슬그머니 철회를 해 빈축을 사는 일도 여전하다. 국회의원들도 의도적인 증인·참고인 요청은 지양해야 한다. 국정감사가 정치공세나 기업인들을 괴롭히는 장으로 악용돼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이는 관행적인 적폐행태와 다름없으며, 국민의 신뢰를 스스로 추락시키는 행태다.
보좌진들은 "여의도에는 가을이 없다"라고 푸념한다. 매년 9월 1일부터 100일간의 회기의 정기국회는 대정부질문, 법률안, 예산안 심사 등 안건들이 쌓여 있다. 필자 개인으로는 이번 국정감사가 29번째다. 두 차례는 행정부에서 경험했는데 참여정부 시절 장관정책보좌관 재직 때였다. '창'과 '방패'의 역할을 다 해본 것이다. 행정부의 경험은 소중한 자산이 됐다. 내부사정도 속속들이 알게 된 것도 있지만 고충도 함께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국정감사 만큼은 생트집을 잡거나 정치공세에 집중하기보다 정책 질의로 행정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는 바로 이렇게 하는 것이라는 평가를 국민들로부터 받기를 기대해 본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