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
![[DT광장] 전기차시대, 자율주행 기술로 앞당겨야](http://contents.dt.co.kr/images/201710/2017101002102351048001[1].jpg "[DT광장] 전기차시대, 자율주행 기술로 앞당겨야")
세계 각국에서 내연기관차를 종언하고 전기차 전환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노르웨이와 네덜란드는 2025년 자국 내 내연기관차 판매중지를, 프랑스와 영국, 중국은 2040년 내연기관차의 종언을 선언했다. 독일과 인도도 2030년에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지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지리자동차 소유인 볼보도 당장 2년 후인 2019년부터 순수 내연기관차는 판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 디젤게이트로 곤욕을 치렀던 폭스바겐도 오는 2025년까지 80개의 전기차를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에도 불구하고 전기차가 급속도로 자동차 시장을 장악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지난해 판매된 세계 9000여 만대 중 전기차는 약 80만대 수준에 그쳤다. 전체 판매량은 미미했지만 중국 등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가 급성장하고 있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부각됐다. 특히 후진국으로 눈을 돌리면 전기차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아예 차량 자체가 없는 지역이 많아 내연기관차의 성장 가능성은 여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차가 자주 언급되는 이유는 발전 속도가 포물선 형태를 그릴 정도로 급상승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완성차 입장에서도 전기차는 그리 달갑지 않은 모델이다. 배터리 가격이 전기차 가격의 40%~50%를 차지해 판매 수익의 상당 부분은 배터리업체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정부 입장에서도 엔진과 변속기라는 차별화된 기술집약적인 부분의 포기와 고용 창출의 고민 등 다양한 문제점이 노출돼 있다. 여기에 국내 세수의 약 30%가 자동차와 연료에서 나오는데, 전기차는 연료 자체를 사용하지 않아 세수 확보가 어렵다. 글로벌 에너지 회사도 수송용 연료의 사용 감소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은 마찬가지다.
가성비 측면에서도 전기차는 아직 디젤차를 따라잡지 못한다. 정부에서 디젤차에 대한 규제 등을 만들고 있지만 유류비나 연비, 최근 디젤차 기술 상승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하면 가성비가 아직은 디젤차가 최고다. 중고시장에서 내연기관차보다 싸게 팔리고, 4~5년 사용 후 배터리 성능 하락에 대한 우려 등도 전기차 구매를 꺼리게 하는 요인이다.
전기차가 대세로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수소 연료전지차 등 친환경차 3형제와 내연기관차는 앞으로 수십 년간 치열하게 경쟁력을 높이면서 점유율 싸움을 벌일 것이다. 2040년 내연기관차 종언을 선언한 영국과 프랑스의 경우, 내연기관차의 수명이 10~15년인 것을 고려하면 2050년 이후에도 내연기관차는 계속 달린다는 뜻이고 결국 석유자원이 존재하는 내연기관차는 유지된다고 볼 수 있다.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은 향후 수십 년간 다양한 자동차가 상존하면서 친환경차 시장으로 옮아갈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지구 온난화 등 기후변화 문제로 국제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 친환경차 시대가 좀 더 빨리 도래할 가능성은 있다.
이렇게 보면 현 시점에서 보조금에 의존하는 전기차가 아직 내연기관차를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하지만 전기차는 완전한 무공해 차로 기존 내연기관차가 따라올 수 없는 장점을 갖고 있다. 또 앞으로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 전기차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내년 후반에는 한번 충전에 갈 수 있는 거리인 일 충전 거리가 300㎞내외되는 차종이 즐비하게 된다. 여기에 정부에서도 내년 후반까지 2000기 이상의 공공 급속충전기 설치 등을 하여 소비자가 불편하게 느끼는 부분이 많이 사라지고 구매보조금 등 다양한 인센티브 정책을 시행하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이동하는 소비자들이 늘게 될 것이다.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도 전기차 시대를 앞당기는 요인이다. 자율주행차는 전기에너지 공급과 수납공간 등 여러 면에서 불리한 내연기관차보다 훨씬 공간적인 여유와 풍부한 전기에너지와 함께 에너지 변화가 적다는 측면에서 전기차가 유리한 입장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전기자동차가 단순한 전기에너지의 소모뿐만 아니라 이동용 전기에너지 공급장치인 모바일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다양한 용도로의 확보 등 다양성을 강조할 수 있는 점도 큰 장점으로 부각된다.
전기차는 아직 단점이 많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장점을 부각하고 확산시킨다면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해 미래의 먹거리 산업으로 육성할 수 있다. 자동차 산업은 우리의 가장 핵심적인 역량이고 필수적으로 달성해야 하는 분야인 만큼 소홀함이 없이 시기에 맞는 보급이 이뤄지기를 바란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