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경 쉐라톤 그랜드 인천호텔 홍보실장
![[발언대] 호텔업계 생존 돌파구 찾기](http://contents.dt.co.kr/images/201709/2017092102102269036001[1].jpg "[발언대] 호텔업계 생존 돌파구 찾기")
호텔리어의 처우가 처음부터 이렇게 열악했던 것은 아니다. 필자가 20년 전 처음 호텔에 발을 들일 때까지만 해도 임금의 수준이 다른 업종에 비해 높았지만 지난 20년 동안 IMF, 금융위기 등을 겪으며 기업은 수익구조 개선을 위해 임금삭감과 일자리 외주화라는 가장 손쉬운 해결책을 취한 결과 현재의 수준에 이르게 됐다. 어느새 3D 업종의 하나가 호텔 서비스업이 된 것이다.
그리고 정부는 2012년 해외 관광객이 급증하는 데 반해 숙박시설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을 만들어 용적률과 각종 규제를 완화해 호텔 공급물량이 시장에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관광객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은 4성급 이상의 호텔을 이용하기에는 예산이 맞지 않아 수도권의 모텔이나 저렴한 숙박업소를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관광객 입국 숫자에 비해 숙박시설이 부족하다며 신규 호텔을 계속 허가해 줬고 신규 호텔이 늘어감에 따라 4성급 이상의 호텔의 숙박률은 더욱 저조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신규 호텔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메르스에 이어 사드를 맞이하게 된다. 지난해 대비 외국인 관광객은 40%가량 줄었으며 지난달 중국인 관광객은 28만여 명으로 작년 대비 69.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넉 달 연속 감소율이 60%를 넘었다. 호텔들은 살아남기 위해 가격 경쟁이 심해지다 못해 이젠 10년 전으로 역행한 객실 요금들도 이따금 보인다. 호텔을 애용하는 소비자들에게는 지금 이 상황이 천국이며 이제는 중국 단체 관광객들도 부담 없이 4성급 이상에 투숙할만한 금액으로 내려오게 됐다.
이런저런 이유로 많은 호텔들이 경영악화로 고군분투하고 있으며 직원들의 처우는 개선이 어려워지고 있다. 직원의 처우가 개선돼야 서비스가 좋아지고 고객도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또다시 처우를 얘기할 시기가 아니다.
그런데 전혀 나아질 기미라고는 보이지 않는 이러한 암담한 상황에서 지난 7월 한 줄기의 빛과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내년부터 적용되는 최저임금을 두고 격렬한 협상 끝에 역대 최대 상승 폭인 16.4% 오른 7530원으로 극적 타결됐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호텔 임금이 다른 직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하다는 생각을 가져왔으며 최저임금 인상 결정에 대해 반색하는 입장이다. 그동안 많은 호텔의 신입 직원과 제대로 처우 받지 못한 수많은 비정규 직원에게는 단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개인에게는 단비 같은 존재가 기업의 입장에서는 물 폭탄이 되어 돌아온다는 점이다.
호텔은 대표적인 노동집약적인 사업으로 최저임금 대폭 인상 결정에 크게 흔들릴 것이다. 사드 및 불안정한 동북아 정세의 여파로 인해 중국 관광객을 비롯한 호텔 이용객은 줄어드는 데 반해 신규 호텔은 매년 추가로 공급되고 있다. 수익은 줄어들고 개선의 기미가 안 보이는데 직원들의 월급은 줄줄이 인상을 해야 하니 기업 입장에서는 설상가상인 상황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와 같은 어려운 상황을 전화위복 삼아 돌파구를 모색할 수 있는 힘이 우리에게 있다고 믿는다. 물론 자구책 중에는 많은 진통이 수반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체질 개선을 통해 사회 구성원들의 임금 격차가 해소되고 궁극적으로는 더 건강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가 겪어야만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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