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운규 ETRI 기술창업실 연구원
![[발언대] 기술창업으로 완성되는 4차산업혁명](http://contents.dt.co.kr/images/201709/2017092002102269607001[1].jpg "[발언대] 기술창업으로 완성되는 4차산업혁명")
우리가 흔히 말하는 창업은 크게 '혁신·기회형 창업'과 '생계형 창업'으로 나눌 수 있다. 우리는 기회형 창업의 핵심 모델로서 '기술창업'을 주목한다. 기술창업이 혁신 효과와 함께 일자리 창출의 해법으로 부각된 것은 어제 오늘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한국 벤처기업의 2014년 고용증가율은 8%로 30대 그룹의 고용증가율 1.3%를 크게 상회한다. 스타트업코리아(2017)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기술창업을 통해 매년 30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며, 전체 고용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이러한 객관적 증거에 기초해, 우리 정부는 기술창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경제구조 혁신의 동력이 되기를 바랐다. 정부 주도 아래 민간과 어우러지는 창업 생태계가 조성되기 시작했고, 단군 이래 창업하기 가장 좋은 시기라고 할 만큼 '창업 붐'이 일었다.
다만 그 질적인 부분에서는 안타까움을 표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기술창업의 핵심역량 자원은 대학의 '교수'와 출연(연)을 비롯한 연구기관의 '연구원'이다. 교수·연구원의 창업이 장기간 축적된 혁신 역량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사업화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창업 전반에 우호적인 문화가 조성되는 사이에 교수·연구원의 창업은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에 따르면 교수·연구원의 창업비율은 2004년 39%에서 2012년 8%로 떨어졌다. 교수·연구원이라는 타이틀을 벗겨낸 석·박사 창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석·박사 창업은 전체 창업 비율의 13.6%에 불과하며, 이는 미국의 40%에 비해 매우 낮은 실정이다. 오히려, 최근에는 석·박사급 인재의 실리콘 밸리 내 스타트업 혹은 다국적기업으로 유출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결국 전문가들의 우려대로 혁신·기회형 창업의 핵심 자원이 창업에 도전하지 않는 분위기가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지금 이러한 분위기를 바꾸지 못한다면, 한국 창업 생태계의 혁신 역량은 쇠퇴될 수 밖에 없다. 수많은 혁신 인재들이 해외로, 그리고 치킨집으로 향할 것이다. 결국 4차 산업혁명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대한민국의 4차 산업혁명은 기술창업을 통해 완성될 것이다. 잘 갖춰진 ICT 인프라에 정부와 민간이 함께 노력하는 창업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 혁신·기회형 창업의 문을 두드리는 기업가 씨앗이 뿌려지고 있다. 이제는 기술과 경험을 가진 석·박사급 지식 인력이 창업에 나서 4차 산업혁명 시대 일자리 창출을 이끌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이들이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새로운 환경을 고심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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