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도 원자로 93도까지 떨어져
세계 161번째 '영구정지' 원전
"해체통한 산업 발전기회 찾아야"
폐연료봉 485다발 처리시설없어
"건식 저장시설 조속한 건립 필요"
세계 161번째 '영구정지' 원전
"해체통한 산업 발전기회 찾아야"
폐연료봉 485다발 처리시설없어
"건식 저장시설 조속한 건립 필요"
![[르포] 원전해체 신기술 현장 `고리1호기`, 원자로에 원격로봇](http://contents.dt.co.kr/images/201706/2017061802109976788001[1].jpg "[르포] 원전해체 신기술 현장 `고리1호기`, 원자로에 원격로봇")
한수원 제공
"고리 1호기 해체가 다양한 산업 발전의 기회가 되길 바란다"
국내 첫 원자력 발전소인 '고리 1호기'가 영구정지되기 나흘 전인 지난 14일, 현장에서 영구정지 절차에 대해 설명하던 박지태 고리제1발전소장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묻어났다.
고리에서 33년을 근무한 박 소장과 350명의 직원들이 밤낮없이 지켜온 발전소 현장은 곧 가동을 멈춘다는 실감이 나지 않는 표정이었다. 발전기 터빈은 힘차게 돌며 굉음을 내뿜었고, 주제어실 전광판은 여전히 '출력 100%'를 가리키고 있었다.
17일 발전소 현장에 평소와 다른 오후가 찾아왔다. 오후 6시 터빈 발전기가 멈춰 섰고, 38분 뒤 원자로가 정지(미임계)했다. 평소 300도에 달하던 원자로는 냉각제의 힘으로 서서히 식어갔다. 원자로 온도가 93도까지 내려간 18일 24시, 고리 1호기는 세계 161번째 영구정지 원전에 이름을 올렸다.
◇해체 기술 100% 국산화 목표=앞으로 고리 1호기의 사용 후 핵연료가 완전히 냉각되길 기다리는 5년 후부터 본격적인 해체 작업이 시작된다. 이 기간 원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상세한 해체 계획을 세우고 필요한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원전 해체에 필요한 기술은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는 제염 기술과 시설·구조물을 절단·철거하는 기술, 해체 과정에서 발생한 폐기물을 처리하는 기술, 환경을 복원하는 기술 등이다. 가장 핵심은 오랜 기간 강한 방사선에 노출된 원자로 안쪽을 제염하고 절단해 처리하는 기술이다. 이 과정에 작업자의 피폭을 줄이기 위해 원격에서 조종하는 로봇을 투입하기도 한다.
한국은 현재 원전 해체 38개 핵심 기술 중 27개를 확보해 선진국의 80% 수준의 기술 수준을 갖고 있다. 정부는 남은 기술을 모두 확보하고 고리 1호기 해체 과정에 경험을 쌓아 2050년 200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인 세계 원전 해체 시장에 국내 기업들이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로는 기술 확보 자체엔 문제가 없을 전망이지만, 실제 현장에 바로 투입할 만큼 완성도와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을진 아직 미지수다.
서범경 원자력연구원 해체기술연구부 부장은 "2021년까지 해체에 필요한 기술을 100% 국산화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며 "기술을 이전받은 기업이 직접 고리 1호기 해체 사업에 참여할 수 있을지 여부는 아직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해체 전·후 폐기물 처리가 '관건'=고리 1호기 해체의 걸림돌은 기술적 문제보다 방사선 폐기물 관리 문제다. 해체를 시작하려면 고리 1호기 내 임시 수조에 저장된 사용후핵연료(폐연료봉) 485다발을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 하지만 국내엔 아직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영구 처리할 시설이 없고, 주변 원전도 2023년부터 차례로 설계수명 만료 시점을 맞아 임시로 옮길 곳조차 마땅치 않다.
한수원은 기존 부지에 건식 저장시설을 만들어 옮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이 방안이 실현되지 않으면 해체 과정에서 나올 200ℓ 드럼통 1만4500개 분량의 중·저준위 폐기물을 보관할 곳도 없다. 최영기 한수원 해체사업팀 팀장은 "해외에서 이미 해체한 사례가 여럿 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큰 장애 요인은 없다고 본다"며 "현재 가장 큰 장애 요인은 폐기물 처리 문제로 건식 임시저장 시설이 빨리 지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기장(부산)=남도영기자 namdo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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