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약사연맹 서울총회 조직위
5억후원땐 '다이아' 등 등급구별
조직위 측 "간담회 통해 해명"
5억후원땐 '다이아' 등 등급구별
조직위 측 "간담회 통해 해명"
'2017 FIP 서울총회 및 전국약사대회' 홈페이지
대한약사회를 포함한 약사 단체들이 약사들의 국제행사에 제약사들이 수억원의 후원을 해줄 것을 요구, 업계 불만을 사고 있다. 약사 단체는 이전에도 약사회관 신축공사나 약사 행사에 관행처럼 제약사의 후원을 요구해, 이번 대규모 후원 요청에 "갑질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약사연맹(FIP), 대한약사회, 대한약학회 주최로 오는 9월 10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FIP 서울총회' 및 '전국약사대회' 조직위원회는 최근 제약업계에 회사별로 최소 1000만원부터 5억원 이상의 후원금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금액별로 △다이아몬드 플러스(5억원 이상) △다이아몬드(2억원 이상) △플래티넘(1억원 이상) △골드(5000만원 이상) △실버(3000만원 이상) △브론즈(2000만원 이상) △실버스톤(1000만원 이상) 등의 등급을 구분해 후원을 해줄 것을 요구한 것. 최고 등급인 다이아몬드 플러스 업체와 다이아몬드 업체에는 전시부스 8개 제공, 포토존에 로고 삽입, 홈페이지에 스폰서 명시, 행사 가이드북 광고 수록 등을 해주고, 다이아몬드 플러스 업체는 여기에 더해 모든 행사 제작물에 로고를 넣어준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 같은 요구 수준은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제약업체의 각종 학회 국내 학술대회 행사 부스비를 최대 300만원으로 제한하는 것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데 문제가 있다. 제약바이오협회 역시 국제행사에는 지원 상한선을 두지 않지만 단일 행사에 수억원을 요구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제약사들은 지적한다. 작년에 가장 많은 제약사가 후원한 '미국비뇨기과학회(AUA)' 학술대회에도 13개 제약사가 총 3억7157만원을 지원하는 데 그쳤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전 세계 약사들이 모이는 국제행사라고는 하지만 그 비용을 제약사에 고스란히 떠넘기고 있고, 워낙 고액을 요구해 부담이 크다"며 "갑의 위치에 있는 약사 단체의 요구를 쉽게 무시하기도 힘들어 다른 제약사는 어떻게 결정하는지 눈치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번 행사의 필요 예산은 15억~20억원으로 추산된다. 행사를 공동 주최하는 조찬휘 대한약사회장은 지난 3월 "FIP 서울총회 행사는 공정경쟁규약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대회 재정확보 차원에서 후원 업체 유치에 힘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FIP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필요한 예산이 15억원 이상인데 현재 확보된 것은 보건복지부가 지원하는 2억원이 전부"라며 "15억원을 부스비로 충당하려면 부스 하나에 500만원을 잡아도 300개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1인당 100만원씩 등록비를 내라고 하면 참석자가 얼마나 되겠느냐"며 "전 세계에서 약사들이 참석하는 만큼 후원 기업도 웬만한 학회·심포지엄보다 광고효과가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억대 후원을 한다고 홍보 효과가 클지는 의문"이라며 "행사 비용을 제약사에서 충당하겠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뿌리 깊은 갑질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행사 조직위 측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다음달 1일 서울 서초구 대한약사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해명하겠다고 밝혔다.
김지섭기자 cloud5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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