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접근성 높이고 시장 선점
화이자·먼디파마 등 속속 인하
동아에스티, 저가로 차별화 성공
한미약품·메나리니, 처방량 늘어
화이자·먼디파마 등 속속 인하
동아에스티, 저가로 차별화 성공
한미약품·메나리니, 처방량 늘어
셀트리온이 개발한 바이오시밀러의 유럽 유통을 담당하는 화이자, 먼디파마 등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의 가격을 판매 초기에 오리지널 제품인 미국 얀센 '레미케이드'의 70％대로 책정했지만 최근 들어 60％대 후반으로 속속 낮췄다. 유럽 내에서 오리지널뿐만 아니라 램시마를 파는 유통사끼리도 경쟁이 붙다 보니 시장 진입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이 같은 전략을 펼치는 것이다.
올해 한국BMS제약의 B형간염 치료제 '바라크루드' 복제약 시장에서 동아에스티의 '바라클'은 유비스트 원외처방액 기준 1분기에 13억원으로 선두에 섰다.
2015년 9월 당시 연 매출 1500억원 이상에 달하던 바라크루드가 특허만료되면서 80여 개 업체가 복제약을 쏟아내자, 이들과 차별화를 하기 위해 동아에스티가 공격적인 특허전략과 저가전략을 병행한 것이 효과를 본 것이다.
당시 국내 제약사들은 줄지어 바라크루드 복제약의 약가를 자진 인하하며 초저가 경쟁을 펼치기도 했다.
이처럼 제약사들은 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을 스스로 낮춰가며 제품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자칫 제 살 깎아 먹기가 될 수도 있지만 낮은 가격으로 환자의 접근성을 높이고 시장을 선점해 다른 경쟁 제품들보다 우위에 서기 위해서다.
한국BMS제약은 고가의 C형간염 치료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지난 2015년 8월 C형간염 치료제 '다클린자'와 '순베프라'를 기존 주사제 '인터페론'과 경구제 '리바비린'보다 약 34％ 저렴하게 국내에 출시했다.
기존 주사제 치료의 번거로움을 해소하면서도, 이후 국내에 선보인 길리어드사이언스의 '소발디'가 완치까지 약 647만원이 드는 것에 비해 다클린자와 순베프라 병용요법은 257만원이면 치료가 가능하도록 한 것. 이 같은 전략에 힘입어 두 제품은 지난해 총 461억원의 원외처방액을 기록했다.
반면 길리어드사이언스는 치료범위 확대를 위해 정부와 협의를 거쳐 제품 가격을 내렸다.
길리어드사이언스는 지난해 8월 C형간염 치료제 '하보니'의 가격을 기존 35만7142원에서 29만7620원으로 약 16.6％ 인하하면서, 기존 치료제로 사용할 수 없던 유전자 변이 환자에게도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받아 경쟁력을 키웠다.
이 밖에도 한미약품은 화이자제약의 골관절염 치료제 '쎄레브렉스'의 복제약 '콕시브캡슐'을 2015년 발매하면서 80여개 복제약들과 경쟁하기 위해 100㎎ 제품 가격을 41％ 자진 인하했고, 같은 해 한국메나리니는 조루치료제 프릴리지의 약가를 약 40％ 낮추면서 처방량을 늘렸다. 다만 이 같은 자진 인하 전략이 모두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동아에스티는 '비아그라'와 '시알리스'의 특허만료로 수백 가지 복제약이 쏟아졌던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지난해 자체 개발한 발기부전 치료제 '자이데나'의 약값을 최대 67％ 낮추는 강수를 뒀지만 약 43.4％의 매출이 감소했다.
이 같은 제약사들의 가격 전략에 대해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대표는 "제약사가 가격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면 정부 측에서도 건강보험 재정에 이점이 있고, 시장에서도 저가를 통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면서 "단 가격을 낮추는 것은 그만큼 매출도 줄어드는 것이고 이미 포화 된 시장에서는 효과를 못 볼 수도 있다"고 밝혔다.
김지섭기자 cloud5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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