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렬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시론] 비울수록 커지는 `대통합 법칙`](http://contents.dt.co.kr/images/201705/2017052302102351607002[1].jpg "[시론] 비울수록 커지는 `대통합 법칙`")
새 정부의 최대 과제는 사회 대통합이다. 우리가 1인당 국민소득 3만불의 문턱을 계속 넘지 못하고 저성장의 늪에 빠진 국내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도, 또한 미국·중국·일본 등 열강들의 자국패권주의에 맞서기 위해서라도 지금까지 우리에게 영원한 숙제였던 사회 대통합을 이뤄내야만 한다. 원나라를 세워 중국 대륙을 호령했던 칭기스칸도, 청나라를 통해 중국을 인수합병한 누르하치도 자기 민족인 몽골족과 여진족을 먼저 통합했기에 한족이라는 골리앗과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2030년 글로벌 아시아시대에 중심국가로의 도약을 위해 우리 사회의 대통합을 우선적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사회 대통합은 우리가 선진 대국으로 성장하기 위한 중요한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정권에서 통합을 이뤄내지 못한 이유는 자기 중심적 사회 대통합의 기치를 내걸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진정한 대통합을 이뤄내려면 통합하려는 주체가 모든 것을 내려 놓아야 한다. 즉 자신을 비우면 비울수록 더 큰 통합을 이룰 수 있다. 지난 통합의 모습은 통합 주체가 대부분의 자리를 차지하고 아주 작은 공간만을 우리 사회에 내어 주면서 통합하자고 외쳤기 때문에 통합은 고사하고 분열만을 조장했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이 어린 아이와 같이 자기를 낮추는 사람이 천국에서 큰 자니라(마태복음 18:4)'의 성경말씀과 같이 통합하려는 주체는 자기 자신을 낮추면 낮출수록 더 큰 통합을 이뤄낼 수 있다. 자신을 낮추고 궁색할 만큼의 자기 자리를 차지하고 많은 자리를 모두에게 내어준다면 통합의 힘은 엄청날 것이고 그것이 바로 대통합이라고 생각된다. 짐 콜린즈(Jim Collins)가 위대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 기업을 버스로 비유하면서 버스 운전자는 실력은 물론 겸양을 겸비한 5단계 리더십을 가져야 하고, 이 버스에는 누구나 승차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함께 즐겁게 멀리 갈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이 대통합이란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해 본인이 주인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한 축제의 장이다. 따라서 새 정부는 우리 모두 편에 서서 최대한 비우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또한 우리 구성원들도 각자 비우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1960년대 우리나라 경제발전을 위해 자신을 비워왔던 구성원들이 언젠가부터 우리보다 나를 앞세워 개인 및 집단 이기주의에 매몰되어가고 있다. 나보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내 자리보다 상대방을 위해 큰 자리를 비워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 참으로 안타깝다. 우리 사회의 또 하나의 과제인 청년 실업을 해결하기 위해기득권 세력이 자기 자리를 비워야 하는데, 앞에서 말로만 청년 실업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하고 뒤에서는 자기 자리를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 지난 정권에서 추진해온 4대 개혁, 노동·교육·금융·공공 부문의 개혁도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하는데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자신을 비우지 못해 4대 개혁도 물건너 가고 있다.
앞으로 10년간 글로벌화와 4차 산업혁명이 서로 맞물려 글로벌 사회에 엄청난 변화를 불러 일으킬 것이다.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사회는 물론 기업도 비울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글로벌 공유경제 하에서 기업이 자신의 자리를 크게 차지하는 플랫폼을 만들면 만들수록 성장의 덫에 걸려 밖에서 보기에는 커 보이지만 성장 동력을 점차 잃어가게 된다. 그렇지만 자신의 자리는 작게, 그리고 상대방의 자리를 넓게 만들어 가면 갈수록 새로운 변화 속에 엄청난 성장의 모멘텀을 창출할 수 있다. 우리 국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기에 기업보다 더 큰 자리를 비워야만 격동의 2020년대를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다.
자기를 포기하고 남을 위해 큰 자리를 양보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지만 국가의 경계가, 산업의 경계가 점차 낮아지고 있는 시기에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켜 이런 경계를 높인다면 성장의 발목을 잡힐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현재 자국패권주의를 주창하고 있는 국가는 가까운 미래에 글로벌 리더십을 급속히 잃어갈 것이다. 자국패권주의가 부상하고 있는 이 때 우리가 우리를 비운다면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는 천재일우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이번이 우리에게는 세계를 끌어 안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대통합을 통해 통합의 지혜를 학습하고 통합을 위해 비우는 자세를 만들어 나간다면 2025년경 우리에게 다가올 수도 있는 한반도 통일에 필요한 남북한의 사회 대통합도 이뤄낼 수 있다.
우리 모두가 새 정부가 새로운 한국을 건설하리라는 큰 기대를 하고 있다. 이러한 기대가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정부는 물론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이 먼저 스스로 자신을 비우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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