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진 IBK경제연구소장
![[DT광장] 중소기업이 성공하는 법](http://contents.dt.co.kr/images/201705/2017051602102351033001[1].jpg "[DT광장] 중소기업이 성공하는 법")
성공한 중소기업 CEO에게는 남다른 경영 철학이 있다. 반도체 검사 장비 '제조'기업으로 출발했다가 지금은 장비와 함께 인공지능(AI) 기반 솔루션까지 제공하는 (주)K사의 CEO도 마찬가지다. 그의 경영 철학은 '중소기업은 성장을 멈추면, 변화하지 않으면 죽는다'이다. 중소기업인들이 얼마나 비장한 각오로 경영에 임하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고성장 시대에는 대기업의 성장과 더불어 중소기업도 함께 커가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저성장 시대에는 그러한 '덩달아' 성장이 허용되지 않는다. 독자적인 기술력과 아이디어가 필수 조건이다. 성장하기 위해, 즉 죽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새로운 변화를 추구해야 하는 것이다 .
생각과 패턴,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도 바꿔야 한다. 오늘날 제조업은 과거처럼 제품 하나만으로 성공하기 어렵다. 제품과 서비스가 결합된 융복합 마인드로 재무장해야 한다. 이를 '제조업의 서비스화(Servitization, 서비타이제이션)'라고도 한다. 대표적 사례로 영국 롤스로이스의 항공 엔진 '토털케어 서비스'를 들 수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 하드웨어 중심의 전통적 항공 엔진을 제조하던 이 회사는 수익성 하락과 시장점유율 극복(2002년 기준 민간 항공 엔진 부문 M/S는 롤스로이스가 23%, GE가 65%)을 위해 모든 것을 혁신했다. 엔진에 센서를 내장해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하도록 했고, 문제가 생기면 즉각 조치를 취해주는 고객 서비스를 도입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2016년 기준 롤스로이스는 GE를 제치고 민간 항공 엔진 시장 M/S 1위(55%)를 달성 중이며, 매출의 절반가량을 서비스 부문에서 거둬들이고 있다. 저성장 돌파구를 찾은 또 다른 예는 일본의 위스키 산업이다. 맥주보다 저렴한 하이볼(위스키에 소다수를 타서 8온스짜리 텀블러에 담아내는 음료)은 침체됐던 일본 위스키 산업을 회생의 길로 이끌었다. 정장 차림의 비즈니스 석상에서나 어울리던 독한 위스키를 대중이 손쉽게 즐기도록 혁신하자 생산과 소비가 큰 폭으로 늘어났다. 일본 위스키 산업은 20년 침체기에서 벗어나 지금은 해마다 1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변화와 혁신의 바람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미국과 독일 등 세계 곳곳에 불고 있는 리쇼어링(국외로 생산 시설을 옮긴 자국 기업이 다시 국내로 돌아오는 현상)도 그 같은 변화를 일으키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선진국에는 일자리 증가, 세수 확대 등이 기대되지만 오프쇼어링(역외 생산)을 기반으로 삼았던 개발도상국에는 큰 위기다. 4차 산업혁명 대열에서 멀어질 경우 향후 3분의 2 수준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도 있다. 애플은 미국 기업이지만, 아이폰 제조기업인 대만의 폭스콘은 스마트공장을 도입한 뒤 11만 개였던 일자리가 5만 개로 줄었다. 게다가 리쇼어링이 가속화될수록 개발도상국들은 글로벌 기업의 선진 기술 이전 기회를 잃게 된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4차 산업혁명의 주도국이 되느냐, 팔로어가 되느냐에 우리 경제의 미래가 달려 있다.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만이 우리의 살길이다.
'중소기업은 성장을 멈추면, 변화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주)K사 CEO의 경영 철학은 몇 번이고 되새겨도 가슴을 울리는 시대정신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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