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가격 3조서 25조까지 급등
투자 대비 시너지 효과 의문
중국 추격속 경쟁력 약화 우려도
"재무부담" SK내 회의론 급부상
투자 대비 시너지 효과 의문
중국 추격속 경쟁력 약화 우려도
"재무부담" SK내 회의론 급부상
[디지털타임스 박슬기 기자] 일본 '도시바메모리'의 입찰 마감이 5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도시바가 막판 몸값 올리기에 나서 인수를 추진하던 SK하이닉스의 입장 변화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3조원에서 시작한 인수가격이 어느새 25조원까지 치솟으면서 투자 효과에 대한 물음표가 짙어지고 있다.
23일 외신에 따르면 도시바는 총 10곳에 이르는 잠재적 인수 후보에게 내달 출범하는 도시바메모리의 조기 상장을 기대할 수 있는 점을 강조하며 입찰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르면 2년 후 도시바메모리의 상장이 가능하다는 게 도시바 관계자의 설명이다. 도시바메모리 지분의 입찰 의향서는 오는 29일 마감한다.
이 같은 도시바의 행보는 투자 펀드들의 인수전 참여로 입찰을 흥행시키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펀드들은 반도체 호황을 등에 업고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해 상장시킨 뒤 매각함으로써 자산 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베인캐피털, 실버레이크파트너스, KKR 등 펀드는 입찰 참여를 예고한 상태다. 이처럼 도시바는 인수전의 판을 키워 원전 사업에서 낸 7조원대 손실을 만회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도시바가 알짜 메모리반도체 사업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매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니 지분 가치를 계속 키우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판이 커질수록 시너지 창출에 대한 의구심도 함께 커진다는 점이다. SK하이닉스는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4위권이지만 올 하반기 72단 3D 낸드를 양산하는 등 기술 확보에 잰걸음을 하고 있다. 또 유동성 위기를 겪었던 도시바가 3D 낸드 등 SK하이닉스에 필요한 기술 투자를 얼마큼 했는지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SK하이닉스로서는 도시바메모리 인수로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부동의 1위 삼성전자의 뒤를 바짝 추격할 수 있지만, 위험요인이 너무 많다. 이에 내부에서 재무적 위험을 무릅쓰고 도시바 인수에 굳이 적극적으로 나설 상황은 아니라는 회의론이 급부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시장의 성장과 스마트폰의 고용량화 등으로 낸드플래시의 시황이 지금은 좋지만, 중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만큼 호황이 언제 끝날지 예단할 수 없다고 반도체 업계는 보고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3D 낸드플래시는 중국 기업이 기술 제휴로 2~3년 안에 쫓아올 가능성이 있어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25조원을 들여 도시바를 인수해도 그 효과가 몇 년 안에 끝날 수 있어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다.
한편 중국계 자본에 일본의 핵심 기업을 넘길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중국·대만 업체를 상대로 사전 인수 심사과정에서 제동을 거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슬기기자 s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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