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암 세포가 전이되는 과정 중 어떻게 생존하고 대사 경로를 바꾸는지에 대한 메커니즘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한국연구재단은 육종인 연세대 교수·황금숙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박사 연구팀이 암 세포 스스로 특정 단백질을 이용해 대사물질을 억제하는 방법으로 대사를 조절해 처음 발생한 장기로부터 혈관이나 림프관을 타고 다른 조직으로 퍼져나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21일 밝혔다.
암 세포는 전이 과정에서 포도당 공급 부족과 같은 다양한 대사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생존해야 한다. 지금까지 암 세포의 증식 과정에 이뤄지는 대사 조절에 대해서는 연구가 이뤄져 왔으나, 전이 과정의 대사 작용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암 세포가 전이 과정에서 세포 골격의 변화와 운동성 획득에 관여하는 단백질인 '스네일'을 이용해 탄수화물 대사 과정에서 포도당을 젖산으로 바꾸는 스위치 역할을 하는 대사물질 'PFKP'를 억제하는 방법으로 대사를 조절해 포도당 공급이 없는 상태를 극복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동물실험에서 스네일은 암 세포의 폐 전이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PFKP를 증가시키자 다시 폐 전이가 억제됐다. 이는 스네일이 PFKP 발현을 억제해 암세포의 생존 능력을 높여 생체 내에서 암 전이를 유도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육 교수는 "그동안 연구가 전무했던 전이 과정의 암세포 대사 조절에 대한 최초의 연구보고"라며 "새로운 대사 치료표적을 제공함으로써 기존 대사 약제를 암 치료에 적용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