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봅시다]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7이 남긴 것

입력: 2017-03-13 17:00 정윤희 기자

폰트

5G·커넥티드카·AI·VR 등 미래기술의 '향연'
보편성 초점 LG 'G6' 가장 눈길
노키아·블랙베리 복고열풍 거세
'다소 겉？기 그쳐' 한계 지적도

전시장 곳곳에서는 간단한 인공지능(AI)을 탑재한 휴머노이드 로봇이 눈에 띄었다.

MWC가 열린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비아 전시관 정문

커넥티드카 T5을 전면에 내세운 SK텔레콤 부스 모습

KT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선보일 다양한 5G 시범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게 했다.

일본, 중국 통신사들도 5G를 내세워 관람객들을 끌었다. 일본 NTT도코모 부스의 모습.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7'의 막이 내린 지 약 1주일이 지났습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는 세계 최대 모바일 기술 전시회입니다. 최신 스마트폰이 처음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세계 곳곳에서 이동통신사, 스마트폰 제조사, 통신·네트워크 장비사, 벤처·스타트업 등이 몰려들어 저마다 차세대 기술과 서비스를 뽐냅니다. 이 때문에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트렌드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지요.

그렇다면 올해 MWC는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줬고, 또 어떤 과제를 남겼을까요. 올해 MWC의 화두는 '미리 보는 4차 산업혁명'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모바일. 그 다음 요소'(Mobile. The Next Element)라는 주제에 걸맞게 스마트폰 시대 이후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뤘다고 보면 됩니다. 인터넷에 늘 연결돼 있는 커넥티드카(Connected Car),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등 다양한 차세대 기술이 전시장 곳곳을 수놓았죠. 특히 5세대(G) 이동통신의 경우 지난해까지 단순히 '빠른 속도'를 보여주는데 그쳤다면, 올해는 '빠른 속도를 기반으로 실제 무엇을 할 수 있느냐'를 보여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MWC 2017은 예년과 다르게 눈길을 끌 만한 요소가 부족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커넥티드카, VR 체험 등은 최근 2~3년 동안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전시의 단골 아이템인 만큼, 다소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평가입니다. 전시장에서 만난 업계 관계자들과 해외 취재진들은 '진화의 속도가 예상보다 느리다', '지난해와 달라진 게 없다'는 소감을 내놓기도 했지요.

당장 스마트폰만 봐도 이런 흐름은 두드러집니다. 매년 MWC에서 차세대 전략 스마트폰들의 각축전이 벌어졌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는 다소 김이 빠졌다고 할까요.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양강 중 하나인 삼성전자가 갤럭시S8 공개를 미루면서, 그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후발 주자들의 경쟁이 관전 포인트였습니다. 애플은 전통적으로 MWC에 참가하지 않습니다.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LG전자의 G6였는데요, G6도 '혁신'보다는 '보편성'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모듈형을 채택했던 전작 G5와 반대로,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를 유지하는 동시에 화면을 키우고 편의성을 높이는 데 주력했지요. P10을 내놓은 화웨이 역시 카메라, 색상 등 스마트폰의 기본에 집중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복고 열풍'도 거셌는데요. 노키아의 경우 피처폰 '노키아 3310'을, 블랙베리는 쿼티 키보드를 탑재한 '블랙베리 키원'을 내놓으며 눈길을 끌었죠.

전자업계 관계자는 "이제 스마트폰은 전체적으로 사양이 상향 평준화하면서, 실질적으로 무엇이 달라졌는지 알아채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며 "다양한 신기술이 적용되고는 있지만, 차별화 자체는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AI 역시 허탈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당초 MWC가 개막하기 전까지 가장 관심을 모았던 분야는 AI였지만, '갈 길이 멀다'는 평가를 받는 데 그쳤지요. 지난해 세계적인 '알파고 쇼크'로 AI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면서 스피커, 셋톱박스,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로봇 등 다양한 디바이스에 AI가 탑재됐지만, 피부에 와 닿는 서비스를 찾아보기는 힘들었습니다. 전시장 곳곳에 위치한 휴머노이드 로봇들 역시 사전에 설정된 동작과 커뮤니케이션을 수행하는 등 한계를 보여줬지요. 통신사 관계자는 "AI에 대한 관심은 어마어마한 수준이나, 아직 구체적 그림은 손에 잡히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그래도 5G와 관련해서는 지난해와 다소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됐습니다. 지난해에는 5G를 강조하는 곳이 우리나라 통신사와 장비제조사 정도였다면, 올해는 미국, 중국, 일본 등 글로벌 통신사도 5G 이슈에 적극 동참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히 중국이 지난해 4.5G 기술을 앞세웠던 점을 상기해보면 1년 새 전략이 확 바뀐 셈이지요.

최진성 SK텔레콤 종합기술원장은 "유럽의 경우, 기존 LTE 투자 회수에 대한 우려로 5G에 소극적이지만, 버라이즌, AT&T 등 미국 통신사와 장비사들은 5G 투자에 아주 적극적"이라며 "아시아 지역에서는 올림픽을 사이에 둔 한·중·일 간 5G 경쟁 강도가 더욱 세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또 단순히 '이 정도 속도가 나온다'거나, '우린 이런 기술도 개발했다'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 5G를 기반으로 '이런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 것도 인상적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리면 선수 시점의 영상을 보거나, 피겨 스케이팅 선수의 점프 동작을 하나하나 돌려볼 수 있다거나 하는 식이지요.

어쨌든 올해 MWC에서는 최근 각광 받는 기술들이 모두 전시 무대에 섰습니다. 다소 '겉핥기에 그쳤다'는 평가가 있긴 하지만, 미래 기술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는 이의를 제기하는 이가 많지 않습니다. 내년 MWC에서는 어떠한 기술과 서비스가 등장할지 기대됩니다.

정윤희기자 yu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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