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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인문학] 4차 산업혁명과 독일의 번영

이종관 성균관대 철학과 교수 

입력: 2017-03-08 08:48
[2017년 03월 10일자 22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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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인문학] 4차 산업혁명과 독일의 번영
이종관 성균관대 철학과 교수

2016년 겨울, 다보스포럼에서 4차산업 혁명이 거론된 이후, 전 세계는 물론 우리의 대권 주자들도 이구동성으로 4차산업 혁명을 거론하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4차산업 혁명을 국가의 미래비전으로 선도하고 있는 독일의 경제적 번영이 부러움을 사고 있다. 과연 독일의 번영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

대다수의 독일 사람들은 독일번영의 견인차를 '사회적 시장경제'(Soziale Marktwirtschaft)에서 찾는 데 이견이 없다. 각기 다른 이념의 정당들은 물론 각 연구기관 그리고 국민들도 사회적 시장 경제에 대해 높은 신뢰를 갖고 있다.

하지만 독일의 사회적 시장 경제는 물질적 경제성장에 집착하는 경제 공학이 아니다. 그것은 경제 철학이다. 경제가 인간들을 물질적 빈곤으로부터 해방시켜 개인의 자유를 증진시킴과 동시에 사회적 평화를 실현하는 행위여야 한다는 인본적 인권개념이 그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사회적 시장경제의 창시자들은 이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특히 사회적 시장경제는 호모에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라는 인간상을 따르지 않는다. 사회적 시장 경제의 창시자의 한 사람인 뢰프케(Wilhelm R?pke)는 그의 저서 '현대 사회의 위기'에서 경제적 인간이 '합리주의의 그릇된 길'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사회적 시장 경제는 개인으로서의 인간의 자유와 사회적 구성원으로서의 연대 책임을 '인간됨의 조건'(conditio humana)으로 동시에 중시한다. 과거 독일은 나치시대 파시즘의 전체주의적 폭정과 군비자본주의(Ruestungskapitalismus)의 중앙집중적 통제 경제의 억압이라는 트라우마를 겪었다. 이 고통스런 역사적 체험은 그동안 독일사회에 잠복한 구조적 사회악이 무엇인지를 각성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사실 독일의 나치 정권은 당시 최고의 첨단 과학기술을 가장 효율적으로 총동원하는 정치행정체계였다. 이를 통해 1차 세계 대전 패배 후 엉망이 되었던 독일은 불과 몇 년 만에 제국을 꿈꾸는 강력한 국가로 거듭났다. 그러나 이 체제는 평범한 독일인조차 악마로 둔갑시키는 반인륜적 괴물이었다. 2차 대전 후 독일 국민은 자신들의 과오를 반성하며 독일을 인권과 개인의 자유를 최고의 가치로 존중하는 국가로 탈바꿈시켜야 한다는 공동의 목적을 정립한다. 경제체제도 이러한 공동의 목적을 실현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존재해야 한다.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는 이렇게 탄생한다.

그런데 자본과 노동이 직접적으로 만나 경제활동을 하는 장소는 직장이다. 따라서 사회적 시장경제는 인본주의에 기초해 자본과 노동이 직장에서 서로 인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사회 동반자 문화를 조성한다. 그리고 사회적 동반자 관계는 기업 경영에 노동자의 참여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공동결정제로 제도화됨으로써 견실하게 실천된다. 사회적 동반자 관계는 이 공동결정제도를 통해 각 기업의 내부에 스며드는데 독일의 거의 모든 기업들은 이 제도에 근거해 노동자에게 기업 경영에 관련된 중요사안, 특히 근로조건과 관련된 중요 사안을 공동으로 결정한다. 공동결정제도는 독일 시민사회의 사회적 신뢰와 평화를 유지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다. 동시에 독일의 경제적 성공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는 노사갈등에 대한 국제비교 결과에서 독일이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는데서 입증된다. 또 최근 독일 기업을 이끌어 가는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80%의 경영자들이 공동결정제도를 기업경영에 긍정적 기여를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경제 성장이 둔화되거나 역성장하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공동결정제는 경제 행위의 주체인 자본과 노동이 동반자로서 서로의 이해관계를 절충해 위기를 극복하는 사회적 탄력성의 모태가 된다.

최근 독일 정부는 4차산업 혁명에 대비한 일자리 4.0이란 정책보고서를 발간했다. 여기서 4차산업 혁명은 '기술과 자본축적을 위한 혁명(revolution)'이 아니라 '인간을 위한 점진적 진화(evolution)'가 돼야 한다고 강조된다. 사회적 시장경제의 계승을 통한 인간 존중의 4차산업 혁명을 기획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4차산업 혁명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서는 사회적 시장경제와 같은 인본주의적 경제철학의 정립이 시급하지 않을까? 실리콘 밸리만이 유일한 모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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