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올 발전방향 발표
운영체계 모범규준 제정도
운영체계 모범규준 제정도
■ 2017 리스타트 코리아
'금융지주' 바로서야 금융강국 이룬다
금융지주회사는 금융회사의 대형화, 계열화를 통해 대외 경쟁력을 높이고 각 계열사 간 업무 협업과 복합 영업으로 금융 서비스 선진화, 경쟁력 강화 등을 이루기 위해 구축된 체재다. 우리나라에선 2000년 10월 23일 금융지주회사법이 제정되면서 본격적으로 금융지주가 설립되기 시작했다.
법 제정 이후 지난 2013년까지 국내 금융지주는 13개로 늘어났다. 자산 규모 총 합도 첫 해보다 10배 이상 증가한 1947조원으로 늘어나면서 전체 금융산업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2013년 우리금융지주 해체 등을 기점으로 금융지주의 성장은 꺾인 추세다. 해체, 매각, 인수합병 등이 이어지면서 국내 금융지주는 2014년에 10개사로, 2015년에는 9개사로 줄었다. 자산규모도 각각 1552조원, 1161조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수익성 지표도 하향 추세다.
때문에 금융지주가 현 상태로 간다면 지주사에 당초 기대했던 대형화, 계열화로 인한 시너지는 커녕 복잡해진 지배구조로 인한 자회사 경영 다툼, 이로 인한 경쟁력 저하만 심화될 것이란 지적이 적지 않다.
실제 지난 2010년에는 신한금융지주의 자회사 신한은행이 당시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이른바 '신한사태'가 발생했다. 양측의 고소·고발로 신한금융의 지배구조는 크게 위협을 받았고 금융당국까지 나서 진상 파악 및 징계에 돌입하는 등 큰 혼란을 겪었다.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도 이 사건으로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2014년에는 신한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큰 KB금융지주에서 'KB사태'가 발생했다. 사건의 발단은 KB국민은행의 차세대시스템 구축이었지만 시스템 선정 의사결정 과정에서 잡음이 생기면서 이를 둘러싸고 지주 회장과 은행장의 분쟁이 크게 불거졌다. 이 역시 지주 회장과 은행장 양측에 큰 상처를 남기고 금융지주의 지배구조 투명성에 의문점을 남긴 사건이었다.
당국은 금융지주회사법을 개정해 내부통제방안을 정비하고 준법감시인의 역할을 크게 강화하는 등 지배구조 투명화에 힘썼지만 그 사이 금융지주 자체 경쟁력을 확보하고 수익을 높이는 일은 정체돼 있던 것이 사실이다.
김용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세계 50대 은행에 국내 은행은 단 한곳도 없다"면서 "중국이 10개, 미국이 9개, 영국 5개, 호주 4개, 일본 3개 등 주요국가의 은행이 대거 포함된 것과 달리 우리나라 은행과 금융산업의 위상은 미약하기만 하다"면서 "그룹 차원의 전략적 의사결정체제 미흡 및 지배구조 불안정으로, 신한사태나 KB사태와 같은 자회사간 갈등 및 자회사별 할거주의 등 발생 소지도 상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금융위는 올해 금융개혁의 주 과제로 금융지주회사 발전방향을 내놨다.
먼저 금융그룹 내 겸직 및 업무위탁 활성화를 위해 사전규제를 폐지할 계획이다. 현재 임직원 겸직 및 자회사간 업무위탁은 금융당국의 사전승인을 받거나 보고를 해야하는데, 이를 사후보고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해상충·계열사 간 위험전이 등에 대한 사안은 사후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금융지주의 지배구조와 운영방식도 개선한다. 자회사 경영관리업무 등 전략적 의사결정기구(MEC)나 그룹차원의 위험관리 협의·의결기구(REC) 설치를 의무화 해 지주사의 전략적 의사결정체계를 구축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또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에 대한 인사 및 성과평가 권한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방식으로 금융지주 운영체계 모범규준을 제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금융지주의 책임경영 체계를 확립하고 지배구조 안정화를 도모한다는 의도다.
금융지주의 겸직과 업무위탁도 허용하기로 했다. 법인별 조직체계에 개인금융이나 기업금융 등 고객군별·기능별 사업부문을 결합하고 관련 임원의 겸직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법무·회계·IT·홍보 등 자회사별로 수행하는 후선 업무 역시 지주사가 직접 통합 수행하는 것을 허용했다. 당국은 이를 통해 금융지주가 매트릭스 조직 운영(사업부문제)으로 수익 시너지를 제고하고 그룹 차원의 전략적 해외진출도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금융지주 복합점포 시범운영 성과와 각 회사별 수요를 반영한 새로운 '복합점포 활성화 방안'도 마련해 추진할 방침이다.
김 사무처장은 "금융지주사 경쟁력을 강화하면 수익 및 비용 시너지 제고와 사업부문별 전문성 축적을 통한 금융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강화되고, 그룹 차원의 통합적 고객관리를 통해서 맞춤형 종합자산관리서비스 제공 등 소비자 편익이 증대될 것"이라며 "금융지주사 중심의 책임경영체계 확립 및 지배구조 안정화, 사업부문제 활성화를 통한 금융권의 성과주의 문화 확산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은성기자 es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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