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뉴스와 콩글리시] `밴드`, 사랑은 기적을 낳고…](http://contents.dt.co.kr/images/201702/2017022302102251607002[1].jpg "[뉴스와 콩글리시] `밴드`, 사랑은 기적을 낳고…")
사람은 누구나 일상생활 속에서 크고 작은 사고와 사건을 경험하고 있다. 칼을 만지다가 손을 베인다든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다든가 감기-두통 등 몸에 이상이 생기는 일은 다반사다. 그래서 호텔이나 학교에는 의무실(학교에선 양호실이라고 함)이 있고 스포츠센터와 가정에는 구급상자(first aid kit)가 비치돼 있다. 얼마 전 청와대 국정농단을 조사하기 위한 청문회에 출석한 간호장교의 근무위치를 두고 말바꾸기 논란이 일었다. '7시간 행적'을 밝히는 단서로서 간호장교 근무처가 '의무실'이냐, '의무동'이냐에 심문의 초점이 있었다. 국민들의 정보욕구가 클 때 이를 충족시키지 않으면 루머가 돌게 된다. 지금이라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7시간 행적'을 밝히면 유언비어는 사라진다.
구급상자에는 소화제, 진통제, 지사제, 해열제, 감기약, 그리고 가벼운 외상을 치료할 수 있는 연고, 과산화수소, 대일밴드, 파스, 붕대와 거즈, 탈지면, 가위와 핀셋 등 응급처치 용품이 들어있다. 편의점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약품들이다. 2000년 의약분업이 실시된 뒤 가정상비약 13종을 처방전 없이 편의점에서 팔 수 있게 했다. 약국 밖에서 팔 수 있는 약을 매약(賣藥)이라고 한다. 일반 질병에 대한 약방문(藥方文)에 의해 미리 조제해 놓고 시중에서 판매할 수 있는 약이 매약이다. 국내 편의점 숫자가 3만 개를 넘었는데, 편의점의 증가와 매출에 기여한 것이 많은데 그 중 하나가 약품 코너라고 한다(조선일보, 2016. 12. 21).
오늘은 구급상자 속의 '밴드'를 도마 위에 올린다. band? 그 뜻은 첫째, 음악인 소집단이다. 재즈밴드라고 하듯이 록이나 재즈 같은 대중음악을 연주하는 그룹인데 때로 가수가 포함된다. 둘째, 관악기나 타악기연주단을 가리킨다. 군악대, 소녀밴드가 좋은 예다. 셋째, 같은 목적을 갖고 뭉친 사람들의 무리다. 카카오톡의 밴드가 그것이다. 넷째, 묶거나 떨어지지 않게 붙이는 플라스틱 혹은 천 쪼가리, 띠 등을 말한다. All babies in the hospital have name bands on their wrists(병원의 아기들은 팔목에 이름표를 달고 있다). 다섯째, 무선 주파띠를 가리킨다.
칼에 베였다든가 다쳐서 생긴 상처를 서로 붙게 하거나 세균감염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고무나 플라스틱제(?) 띠에 작은 소독 거즈가 붙어 있어서 보호 비닐을 벗기고 사용하는 일회용 의료용품을 밴드라고 하지만 원래 band에는 그런 뜻이 없다. 접착밴드는 영어로 접착 plaster(그냥 plaster라고도 함)라고도 하는데 대형붕대가 없어도 되는 심각하지 않은 상처를 치료하는데 쓰는 처치용품이다. -- An adhesive bandage, also called a sticking plaster(or simply plaster) in British English, is a small medical dressing used for injuries not serious enough to require a full-size bandage.
어떻게 해서 adhesive bandage(plastic bandage 또는 sticking plaster)를 밴드라고 부르게 됐을까? 미국 존슨 앤 존슨이 세계최초로 시판한 반창고가 'Band-Aid'였고 우리나라에서도 "대일밴드"가 초기 시장점유율이 아주 높았다. 상품이름에서 밴드는 보통명사가 됐다. 흔히 이 밴드를 반창고(絆瘡膏)라고 부르는데 정확한 명칭은 아니다. 반창고는 얽어맬 반, 부스럼 창, 기름 고를 뜻하는 한자어로서 원래 상처를 보호하거나 붕대를 고정시키는데 쓰는 의료보조용품이다. 순 우리말로 접착밴드를 '붙임띠'라고도 부른다.
밴드에는 이런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접착밴드를 발명한 사람은 평범한 월급쟁이 얼 딕슨(Earle Dickson)인데 그의 아내 조세핀은 조심성이 부족해서 부엌칼에 손을 자주 다치곤 했다. 딕슨은 늘 아내의 상처에 거즈와 테이프를 붙여 치료해 줬는데 그가 출근한 뒤 다치면 어떻게 할까, 걱정이 태산 같았다. 많은 고민 끝에 거즈를 접어서 일정한 크기로 자른 뒤 외과용 테이프를 붙여두면 한 손으로 편하게 사용할 수 있음을 생각해 내게 됐다. 테이프의 접착력과 보존을 위해서 크리놀린(crinoline)을 테이프 위에 붙였다. 딕슨이 다니던 회사 존슨 앤 존슨의 존슨회장이 이 발명품을 보고 Band-Aid란 브랜드로 본격 상용화했다. 존슨 앤 존슨을 세계적 기업으로 만든 발판이 바로 일회용 접착밴드였고 딕슨은 이 회사의 부회장까지 올라갔다. "나는 성공하기 위해 발명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사랑하는 아내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을 뿐입니다". 딕슨의 말이다. 사랑은 기적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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