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진 김석진좋은균연구소 소장
![[DT광장] 다이어트, `장내 세균`부터 바꿔야](http://contents.dt.co.kr/images/201702/2017020802102351607002[1].jpg "[DT광장] 다이어트, `장내 세균`부터 바꿔야")
장내세균과 비만이 연관되었다는 것은 이미 의학계에서 정설로 자리 잡힌지 오래다.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쌍둥이라도 장내세균의 구성에 따라 비만 정도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이미 다양한 동물 실험을 통해서 장내세균이 비만에 주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비만의 경우 장내 세균 구성이 정상인의 것과는 다르다. '페르미큐테스'라는 균은 지방의 대사와 흡수율을 높여 지방의 체내 축적이 용이하게 하는데, 비만인의 장에는 이 균의 비율이 정상인에 비해 높다.
하지만 비만균으로 알려진 페르미큐테스는 수백만년에 걸친 인간의 진화과정에서 인간의 생존에 도움을 준 중요한 균이다. 효율적인 열량의 흡수가 생존과 직결되던 원시시대 그리고 북극과 같은 극한 상황에서 페르미큐테스의 비율이 높은 건 장점이다. 실제로 북극인의 장에는 적도에 사는 사람들에 비해 비만균이 높게 관찰된다.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열량이 더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진화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오던 페르리큐테스가 이제 와서 비만균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이유는 현대인의 식단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과학자들은 증가하는 비만의 원인을 열량(에너지)과잉에서 찾고 있다. 현대인의 식단에는 필요없는 열량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밀가루, 정제당, 기름진 음식이 주를 이루는 서구화된 식단 때문에 그 동안 인간의 진화와 생존에 도움을 줬던 세균들이 현대에 와서는 푸대접을 받게 된 것이다.
최근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다이어트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비만균의 비율을 낮추는 것보다는 장내세균 구성을 먼저 다양하게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2017년 1월, 체세포와 미생물(Host Cells & Microbe)이라는 학술지에 게재된 이 논문은 비만의 원인을 페르미큐테스로 한정했던 이전의 이론과는 다르게 설명하고 있다. 장내세균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제프리 고든 교수 연구팀은 칼로리 제한이 없는 식단으로 키운 쥐들과 채식, 칼로리 제한, 영양분이 최적화된 식단으로 키운 쥐 두 그룹에게 건강식 다이어트 실험을 진행했다. 이미 건강한 식단으로 단련된 쥐들에게서는 다이어트 식단의 효과가 나타나는 반면, 칼로리 제한 없는 식단으로 키워진 쥐들에게서는 다이어트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았다. 이 두 그룹의 장내세균을 분석해본 결과 그 차이가 명확했다. 건강한 식단으로 키워진 쥐들의 장내세균 구성이 더 다양하게 관찰된 것이다.
연구의 제 2단계로 이 두 그룹의 쥐들을 한 우리에서 키웠을 때, 쥐들의 생활습성상 대변세균의 구성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것으로 관찰됐다. 미국식 식단으로 키운 쥐들의 장에도 유익한 세균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세균의 다양성도 함께 증가했다. 또한 이 장내세균의 변화는 다이어트 효과와도 상관 관계를 보였다. 이 논문은 다이어트를 통해 급하게 뺀 살이 요요현상으로 다시 돌아가는 이유를 설명해 주는 중요한 자료다. 장내세균의 건강한 구성을 위해 프로바이오틱스를 지속적으로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신년 계획으로 빠지지 않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다이어트다. 새해가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처음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 계획했던 목표를 이루지 못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다이어트의 성공을 위해서는 식생활과 장내세균까지 변화돼야 한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단순히 빠른 시간에 살을 빼는 다이어트가 아니라 건강한 삶을 위한 다이어트로 새로운 목표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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