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뉴스와 콩글리시] `다이어트 국회` 만들자](http://contents.dt.co.kr/images/201701/2017012602102251607002[1].jpg "[뉴스와 콩글리시] `다이어트 국회` 만들자")
"누가 이렇게 술을 권했나요?" "이 사회란 것이 내게 술을 권했다오." '술 권하는 사회'가 현진건(玄鎭健)의 시대에만 있었던 게 아닌 모양이다. 하기야 1920년대의 사회 부조리와 모순된 현실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많은 젊은이들은 여전히 좌절과 부적응을 겪고 있다. 지난 20일자 중앙일보는 오늘의 젊은이들을 두고 '실신시대'의 비극으로 표현했다. 실신은 실업과 신용불량을 줄인 말이다. 경기침체와 정치혼란 속에 술, 담배, 로또 등은 여전히 호황을 누리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술, 담배, 도박 등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산업에 매긴 일명 '죄악세(罪惡稅, sin tax)'가 2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동아일보, 2017. 1. 17). 죄악세는 술 담배 도박 경마 등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것들에 부과되는 세금을 말한다. 나라에 따라서는 설탕이나 탄산음료, 또는 마리화나와 코카인 등에도 부과한다. 다른 이름은 악행세다. 이런 죄악세로 거둬들인 우리나라 국고수입이 갈수록 늘어나고 이에 대한 세수 의존도가 너무 높아 문제다.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에 따르면 담뱃세와 주세, 사행산업 세수와 복권 수익금 등으로 지난해 거둬들인 세금 및 기금 수입이 무려 19조6000억이 넘는다고 한다.
사회가 어지러울수록 술 소비가 늘어난다. 경기가 침체할수록 복권 판매가 늘고 경마장 출입인구가 증가한다. 그래서 술 담배 도박을 '불황형(不況型) 상품'이라고 부른다. 장기 경기침체가 가져온 또다른 현상은 텔레비전의 '먹방', '쿡방'의 폭발적 인기다. 이 열풍을 부채질한 것은 웰빙바람과, 혼족의 증가 그리고 대리만족 효과 때문인 것 같다. 인스턴트 식품이 범람하고 정크푸드가 넘쳐나는 요즘 오가닉(organic)이니 친환경이니 하는 자연식품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혼족이 늘면서 집밥에 대한 잠재적 욕구가 높아졌다. '수요 미식회', '3대 천왕', '먹거리 X파일', '맛있는 녀석들'을 보면서 고독한 혼족들은 위안을 받는다.
그러나 마음껏 먹고 마시고 즐기고 나면 무슨 문제가 생기는가. 비만이다. 특히 고도비만이 사회적 문제가 된다. 대사증후군이 나타난다. 복부비만과 관련해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심혈관과 뇌혈관 질환 등 성인병 증세의 위험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는 상태를 대사증후군이라고 한다.
이제 새로운 결심을 할 차례다. "운동하고 다이어트하자." 특히 정초(正初)가 되면 누구나 새로운 다짐을 하게 된다. "케이크 좀 시식 하시겠어요?"(Would you like to sample our cake?) "됐어요. 다이어트하고 있어요."(No thanks. I'm on a diet.) 물론 I'm counting calories(칼로리에 신경 써야 해요)라는 표현도 같은 뜻이다
오늘 시비의 대상은 다이어트(diet)다. 결론부터 말하면 체중을 줄이기 위해 적게 먹고 열심히 운동하는 것을 다이어트라고 하지만, 살빼기 뿐 아니고 체중을 늘리기 위한 식이요법도 다이어트라고 한다. 또 하나, 운동으로 살 빼는 것을 간혹 다이어트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건 잘못된 표현이다. 영어 diet는 음식, 식단, 식이요법, 식생활 등의 뜻을 갖고 있지 '체중 감량'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예컨대 저열량식사(low-calorie diet)라는 말이 있듯 고지방식(high-fat diet)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다이어트는 살빼기 위한 식사 외에도 1)체중을 늘리기 위한 식사 2)현상 유지를 위한 식사 3)병을 고치기 위한 식이요법 등을 모두 가리킨다.
19세기 영국 빅토리아여왕 시절 귀족들은 항상 산해진미(山海珍味) 좋은 음식을 많이 먹고, 운동은 거의 하지 않아 비만과 성인병이 매우 심각해졌다. 1863년 장의사 윌리엄 밴팅(William Banting)이라는 사람이 '비만퇴치법'을 발표해 "매일 자기에게 필요한 식량을 정해두고 먹으면 식비를 절약하고 성인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주창해 큰 호응을 얻었다. 여기서 다이어트는 '매일 꼭 먹어야 할 음식의 양'을 의미하게 됐다.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헝거리리히텐슈타인 독일 등 게르만 후예의 나라와 일본에서는 국회를 Diet라고 부른다. diet의 뿌리가 day(하루), daily(매일), diary(일기)와 같듯이 국회가 국민들의 일상생활, 곧 민생(民生)을 다루는 곳이라는 데서 이런 이름이 생겨났다. 개점휴업 상태인 우리 국회(National Assembly)도 Diet로 개명을 하면 좀 나아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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