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슬기 기자] 신성장동력으로 떠오른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등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반도체 시장에서 인수합병(M&A) 열풍이 일고 있다.
25일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이뤄진 M&A는 985억달러(약 115조원) 규모에 달한다. 2015년에 이뤄진 M&A는 1033억달러(약 121조원)로 올해는 이보다 4.6% 감소했지만 2010~2014년까지 5년간 연평균 반도체 M&A 규모가 126억달러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약 8배에 달하는 수치다.
특히 반도체 시장에서 성사된 M&A 중 상위 1~4위를 차지하는 '빅딜'이 최근 2년 동안 연달아 발생했다.
우선 지난해 10월 미국의 퀄컴이 네덜란드의 자동차용 반도체 기업 NXP를 인수한다면서 제시한 금액이 390억달러(약 45조원)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퀄컴이 이 같은 대규모 인수액을 제시한 것은 모바일 기기용 칩에 주력해온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자동차용 반도체시장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복안으로 해석된다.
다음으로 큰 계약은 싱가포르의 아바고가 2015년 5월 미국 브로드컴을 370억달러(약 43조)에 인수한 것이 꼽힌다. 이어 지난해 7월에는 일본 소프트뱅크가 사물인터넷 반도체의 선도 기업이자 영국 마이크로프로세서 설계업체인 ARM을 320억달러(약 37조)에 인수했다. 또 미국 웨스턴디지털은 2015년 10월 플래시메모리 디스크 제조사인 샌디스크를 190억달러(약 22조원)에 인수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반도체 시장에서 M&A를 주도한 국가는 미국이 꼽혔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태평양 국가, 일본, 유럽이 뒤를 이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이러한 대형 M&A 흐름에서 비켜 있는 모양새다. 세계 메모리 시장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M&A를 단행하기보다 자체 신규설비 투자나 보완투자에 주력하면서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M&A가 대세지만 외국 업체들을 마냥 따라가 쉽게 추진해야 하는 일이 아니기에 항상 고민하는 부분"이라면 "M&A가 경쟁력 강화로 연결되면 언제든 추진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