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이 부회장의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조의연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뇌물범죄의 요건이 되는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 각종 지원 경위에 관한 구체적 사실관계와 그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 관련자 조사를 포함하여 현재까지 이루어진 수사 내용과 진행 경과 등에 비추어 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라며 영장을 기각했다.
전날 오전부터 4시간 넘게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던 이 부회장은 영장 기각이 확정된 직후 곧바로 귀가했다. 앞서 특검팀은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게 특혜성 지원을 한 혐의(뇌물공여 등)로 지난 16일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이 본인의 경영권 승계에 중요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의 도움을 받는 대가로 최씨 측에 430억원대 금전 지원을 했다고 주장했다
최씨가 독일에 세운 페이퍼컴퍼니 '코레스포츠'와 맺은 213억원대 컨설팅 계약, 평창동계올림픽 이권 개입을 위해 기획 설립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의 16억원대 후원, 미르·K스포츠재단의 204억원대 출연금 등을 모두 대가성 있는 뇌물로 봤다.
그러나 법원은 삼성그룹의 금전지원을 대가성으로 보기 보다는 삼성그룹 측이 내세운 '박 대통령의 공갈·협박에 의해 이뤄진 어쩔 수 없는 지원'이란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특검팀 수사는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자신이 뇌물공여자가 아니라 강요 행위의 피해자라고 주장해온 이 부회장의 논리에 힘이 실리게 되면서 박 대통령에 대한 뇌물 수사 역시 난관에 부딪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현재 진행 중인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SK그룹, 롯데그룹 등 대기업 수사도 난관이 예상된다. 삼성그룹과 비슷한 방식으로 돈을 건넨 다른 대기업들을 뇌물 공여 혐의로 수사하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그룹 이외에 현대차(128억원), SK(111억원), LG(78억원), 포스코(49억원), 롯데(45억원) 등 53개 기업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의 출연금을 냈다.
특검팀은 전날 이 부회장의 영장심사 결과에 앞서 다른 대기업의 수사 진행 의지를 드러냈다. 이규철 특검 대변인은 "(이 부회장의) 영장심사 결과와는 상관없이 대기업들의 수사는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미정기자 lmj091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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