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걸린 초파리 관찰 '구슬땀'… 융합연구 새장
각분야 협업 치매원인 연구
한의학연은 천연물신약 실험
'타우' 단백질 발견 등 성과도
2021년 기업 기술이전 목표
각분야 협업 치매원인 연구
한의학연은 천연물신약 실험
'타우' 단백질 발견 등 성과도
2021년 기업 기술이전 목표
![[르포] KIST 치매DTC연구단을 가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701/2017011602100976788001[1].jpg "[르포] KIST 치매DTC연구단을 가다")
지난 3일 서울 하월곡동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치매DTC융합연구단 연구실. 연구원들이 유전자 변형으로 치매에 걸린 초파리의 뇌를 살펴보고 있었다. 연구단에서는 유전학 연구에 많이 쓰이는 실험동물인 초파리와 제브라피시로 치매를 일으키는 다양한 원인을 연구하고 치료제 후보물질의 효과를 검증하는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연구단의 이정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치매는 주로 노화와 함께 진행되기 때문에 쥐로 실험하려면 나이가 들 때까지 기다려야 해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상대적으로 생애 주기가 짧은 초파리로 약효를 검증하면 실험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50년이면 세계 치매 환자는 지금의 3배인 1억3150명에 이를 전망이다. 치매 정복을 위한 연구자들의 발걸음이 바쁘지만, 그 길이 험하고 고되기가 이를 데 없다. 최근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는 개발하던 치매 치료제가 임상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30년 가까이 3조원을 쏟아부은 치료제 개발이 결국 실패하자 그동안 정설로 여겨지던 '베타아밀로이드' 가설을 뒤집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그동안 세계적으로 실패한 치매 치료제는 100개가 넘는다.
국내에서도 오랜 기간 수많은 치매 연구가 이뤄졌지만 별 성과를 얻지 못했다. 이에 정부출연연구기관에 소속된 생명, 화학, 신경, 로봇, 한의학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치매 정복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손을 잡은 '드림팀'이 치매DTC융합연구단이다. 'DTC'는 '진단(Diagnosis)·치료(Treatment)·관리(Care)'를 의미하는 말로, 치매 극복을 위한 전체 단계의 핵심 기술을 개발한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연구단의 무기는 '융합'이다. 연구단에서 가상현실과 뇌파 측정을 이용한 치매 조기예측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최지현 KIST 책임연구원은 "치매는 이미 한 가지 전공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종합적으로 바라보고 다른 분야의 해결법을 함께 공유하며 함께 시너지를 내야 풀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연구실 한쪽에선 생명연 연구팀이 개발한 동물모델로 한국한의학연구원 연구팀이 치매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천연물을 분석하고 있었다. 화학합성 의약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적어 노인들도 오랫동안 복용할 수 있는 한약에서 치매 진행을 늦추거나 예방하는 물질을 발굴해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연구다.
전원경 한의학연 책임연구원은 "연구단에서 개발한 동물모델이 약물 효능을 검증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다른 전공자들을 만나 해결 방안을 모색하다 보니 실험실 안에서만 하던 연구와는 차원이 다른 관점을 가질 수 있었고 개인적으로도 엄청나게 성장한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연구단에선 기존에 치매를 유발하는 물질로 알려진 베타아밀로이드 외에도 뇌 기능을 떨어뜨리는 '타우' 단백질과, 뇌신경 전달물질인 '가바(GABA)'의 과생성 등 다양한 원인을 발굴하고, 이를 표적으로 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2021년까지 기업에 기술을 이전하고 상용화가 가능한 수준의 성과를 내는 게 목표다.
배애님 치매DTC융합연구단장은 "치매 정복은 모두가 원하고 성공한다면 엄청난 경제적 효과가 기대되지만 다국적 기업들도 선뜻 나서길 꺼릴 정도로 실패 확률이 높고 리스크가 큰 연구"라며 "기대가 높은 만큼 부담도 크지만, 정부 출연연 연구자라는 책임감을 갖고 도전적으로 연구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도영기자 namdo0@dt.co.kr
사진=김민수기자 ultr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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