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축소·백지화 가능성 거론
연말 입주연장심사 줄탈락 우려
콘진원 "지원대상 축소 불가피"
연말 입주연장심사 줄탈락 우려
콘진원 "지원대상 축소 불가피"
최순실 씨 측근인 차은택 씨 입국으로 그와 관련한 문화계 사업 수사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정부 사업으로 문화창조벤처단지에 입주한 애꿎은 90여 벤처들이 '차은택 직격탄'에 신음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문화계 비선 실세' 행세를 한 차은택 광고감독에 대한 문화계 이권 사업과 고위 공직자 인사 개입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그가 수장으로 있었던 문화창조벤처단지의 입주사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문화창조벤처단지 사업 축소와 백지화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이라, 연말 진행될 입주 연장 심사에서 다수 벤처의 '줄 탈락'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사실상 사업이 정리 수순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문화창조벤처단지는 작년 2월 출범한 문화창조융합벨트(콘텐츠 기획에서 제작·사업화, 유통·재투자에 이르는 전 생태계를 종합적으로 지원) 사업의 핵심 거점으로, 융합 콘텐츠 제작·사업화의 구심점이다. 차씨는 작년 4월부터 약 1년간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을 총괄하는 민관합동창조경제추진단 단장, 문화창조벤처단지를 총괄하는 문화창조융합본부장으로 재직했다.
현재 벤처단지에는 93개사가 입주해 있다. 기본 2년에 연장 심사를 거쳐 최대 4년 입주가 가능한 독립공간에 42개사, 기본 6개월에 연장 심사를 거쳐 최대 1년 입주가 가능한 열린공간에 51개사가 입주해 있다.
입주사들의 가장 큰 불안은 불투명한 앞날이다. 이들은 정부 사업이라는 말에 신뢰를 갖고 13:1의 경쟁률을 뚫고 벤처단지에 입주했고, 입주 가능 기간에 맞춰 초기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사업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이젠 당장 내년 사업계획도 세울 수 없게 됐다고 토로하고 있다.
'최순실·차은택 관련 예산' 전액삭감 시 문화창조벤처단지가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될 수밖에 없고, 벤처단지를 운영하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입주사들에게 지원해야 하는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어 지원 대상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문체부는 문화창조벤처단지 구축 및 운영(555억원 중 192억원 삭감), 문화창조아카데미 조성 및 운영(309억원 중 51억원 삭감), 문화창조융합벨트 글로벌 허브화(169억원 중 145억원 삭감) 등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 예산 삭감안이 포함된 '문제사업 예산 조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는 야당 의원들의 '최순실·차은택 관련 예산 전액 삭감'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입주사들은 문화창조벤처단지 입주사라는 이유만으로 앞으로 투자유치 등 사업이 어려워질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일부 입주사들은 파트너 협약을 위한 외부 업체와 협상하는 과정에서 아예 벤처단지 입주 이력을 숨기는 상황이다. 소기의 성과를 달성해 최근 벤처단지 떠난 몇몇 기업들은 진흥원 측에 자사가 벤처단지 출신임을 외부에 절대 밝히지 말아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입주사 관계자는 "'최순실·차은택의 국정농단에 힘없는 벤처들이 희생양이 되고 있다"며 "꿈을 품고 벤처단지에 들어왔는데, 이제는 오히려 독이 될까 전전긍긍하는 벤처가 다수다. 정부만 믿고 사업을 추진해온 열정이 모욕당하고 있는 느낌"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입주사들이 바라는 것은 검찰의 차씨 수사 과정에서 벤처단지와 관련된 모든 의혹을 털어내는 것이다. 그래야 벤처단지 입주사들이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이라는 외풍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최순실·차은택 인맥 힘으로 벤처단지에 입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가상현실 콘텐츠 개발사 고든미디어에 대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입주사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고든미디어 마해왕 대표는 최순실 씨 아지트로 알려진 카페의 운영업체 이사였다.
또 마 대표는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 영상촬영 업무를 맡기도 했다. 입주사 관계자는 "벤처단지에 대한 모든 의혹을 철저히 검증해 털어낼 것은 털어내야 한다"며 "그래야 벤처단지에 정상적으로 입주한 이들이 당당히 활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수연기자 news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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