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시론] 의원 특권 제한, 명확한 기준 만들어야](http://contents.dt.co.kr/images/201609/2016092202102351607001[1].jpg "[시론] 의원 특권 제한, 명확한 기준 만들어야")
국회의원들의 특권 내려놓기가 일반적인 선거공약이 된 것은 2004년 17대 국회의원선거 이래 계속되고 있지만, 그것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듯싶다.
최근 국회 정치발전특위는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의 개선, 국무위원 겸직 의원들의 중복수당 개선, 민방위대 편성 제외 개선 등을 공표했다. 그밖에도 여러 특권의 폐지 내지 축소가 논의되고 있다고 하니 정말로 국회의 획기적 변화가 있을 것인지 기대가 적지 않다.
그러나 아직도 우려를 떨쳐버릴 수 없는 이유가 두 가지 있다. 제대로 된 특권 내려놓기가 아닌 모양 갖추기에 그치는 것은 아닌지도 우려스럽고, 또 정작 특권을 축소함으로써-여소야대인 현 정국에서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야당의 기능을 위축시키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도 있는 것이다.
1987년의 민주화 이후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은 괄목할 만하다. 비록 아직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선거제도의 왜곡이 많이 개선됐고 보스 중심의 정당제도도 나름의 변화와 발전을 겪었으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치자금법의 개선 또한 눈에 띤다.
정치의 발전이 일직선으로 나아가기 힘들다는 점을 고려할 때,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지그재그의 발전이라 해도 대한민국 정치가 뚜렷한 변화와 발전을 보였다는 점은 높이 평가돼야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신생독립국들 가운데 대한민국에 견줄 정도로 민주주의 발전과 경제성장을 동시에 이룩한 나라가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자부심을 가져도 좋은 것이다.
그러나 30년에 걸친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이 다른 분야의 발전속도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과 더불어 최근 정치권이 여러 가지 문제들로 인해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라 할 수 있다. 민주화 이후 제20대 국회에 이르기까지 입법기마다 정치개혁특위가 구성되지 않은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성과가 없이 끝난 경우가 더 많았고, 특히 국회의원들의 특권에 관한 문제들은 더욱 그러했다.
200여 가지에 이른다는 국회의원의 특권 내지 특혜의 숫자를 줄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과연 특권이 인정될 합리적 근거가 있는지, 즉 특권이 인정돼야 할 정도로 특별한 보호의 필요성이 있는 것인지에 대해 투명한 논의과정을 통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판단이 먼저 내려져야 하는 것이다.
예컨대 불체포특권이 오남용된 사례들이 많기 때문에 개선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있다. 불체포특권을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입법은 위헌의 문제를 낳게 될 것이기 때문에 불가능할 것이지만, 특위에서 제시한 것처럼 체포동의안이 본회의에 보고된 때로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처리되지 않을 경우 이후 처음 개의하는 본회의에 자동 상정해서 먼저 표결 처리하는 것만으로 오남용 문제가 해소되고, 방탄국회의 오명을 벗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국무위원 겸직 의원들의 중복 수당도 문제인 것은 분명하지만, 관련된 국회의원의 특권 중에서 어떤 것을 인정하고, 또 어떤 것을 인정하지 않을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판단기준이 더 중요하다. 과연 겸직 의원들이 실질적인 입법활동에 어느 정도 참여하는지에 따라 입법활동비 등의 인정필요성뿐만 아니라 보좌진의 인정 필요성 등도 함께 재검토될 필요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회의원의 민방위대 편성 제외를 개선하는 것도 무의미한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특권 제한으로서 갖는 상징적 의미 내지 비중이 크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제 비로소 구체적인 안들을 내놓고 있는 정치발전특위에 대해 전체적 평가를 내리기는 시기상조일 것이다. 하지만 향후 정치발전특위에서 국민들에게 제시하는 개선책들은 보다 의미 있고, 국민들을 쉽게 납득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들이 되기를 바라는 것은 대다수 국민들의 한결같은 마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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