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ㆍ언론학
![[뉴스와 콩글리시] 목숨 건 `골 세러머니`](http://contents.dt.co.kr/images/201609/2016090102102251607001[1].jpg "[뉴스와 콩글리시] 목숨 건 `골 세러머니`")
뜨겁던 16일간의 올림픽 열전이 막을 내렸다. 누가 뭐래도 올림픽의 하일라이트는 마라톤이다. 지난달 21일 열린 올림픽 마라톤 은메달리스트 페이사 릴레사(Feyisa Lilesa 26, 에티오피아)는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두 팔을 머리 위로 치켜 들어 'X'표시를 했다. 이후 시상식에서도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릴레사는 "X표시가 에티오피아 정부의 폭력진압을 반대한다는 의미라며 에티오피아 정부는 오로미아 사람들을 죽이고, 그들에게 폭력적으로 행동하고 있다. 이제 나는 조국으로 돌아갈 수 없다. 내가 에티오피아에 가게 되면 죽거나 수감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리우 올림픽 폐막일 'X세러머니'로 오로미아의 비극을 세계에 알린 릴레사의 망명을 돕기 위한 크라우드펀딩에 지난달 23일 오후8시(한국시간) 현재 벌써 8만4600달러가 모였다(서울신문, 2016. 8. 24). 같은 날자 중앙일보도 '에티오피아 마라토너, 목숨 건 반정부 세러머니'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오로미아는 반정부 성향이 강한 릴레사의 고향으로 최근 에티오피아 정부는 오로미아에서 벌어진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수백명을 죽인 것으로 알려졌다. Ethiopia's Feyisa Lilesa crossed his arms above his head at the finish line of the Men's Marathon athletics event of the 2016 Olympic Games(에티오피아 페이사 릴레사는 2016 올림픽 남자 마라톤 육상경기 결승선에 두 손을 머리위로 들어 X표시했다). - Korea Herald, 2016. 8. 23
우리는 종종 스포츠 경기에서 골을 넣든가 메달을 따고 이를 자축하는 여러가지 행동을 보아 왔다. 속칭 '골 세러머니'다. 축구 하키 미식축구 핸드볼 등 구기종목에서 득점을 하고나서 이를 축하하기 위해서 행하는 동작을 goal ceremony라고 부른다. 경기장 내에 골대가 있고 상대의 골대에 정해진 규정에 따라 공이 들어가면 득점이 인정되는 구기에서 득점을 자축하는 행위가 많은데 아주 인상적인 득점 뒷풀이는 사람들의 뇌리 속에 오래도록 남는다.
몇 가지 예를 들면 <히딩크의 어퍼컷 세러머니> <미로슬라프 클로제의 공중제비 세러머니> <로비 킨의 로빈 훗 세러머니와 쌍권총 세러머니> <에딘손 카바니의 강남스타일 말춤과 사격 세러머니> <박주영의 무릎 슬라이딩 후의 기도 세러머니> 그리고 <박지성의 2002월드컵 때 포르투갈과의 3차전에 결승골을 넣은 뒤 히딩크 감독에게 달려가 포옹하는 세러머니>는 아직도 축구팬의 기억에 남아 있다.
골 세러머니는 그것 자체가 볼거리의 하나지만 때로는 메달을 박탈당하든가 관중으로부터 빈축을 사기도 한다. 어떤 축구선수가 관중이 건넨 '독도는 우리땅'이란 깃발을 들고 운동장을 돌아 정치적 행위로 제재를 받을 뻔 한 일이 있었으며, 한 야구선수가 심한 욕을 뜻하는 손가락 사인을 해보여 곤혹을 치른 일도 있었다. 올림픽은 어떤 정치적 종교적 상업적 메시지의 표현도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goal ceremony는 콩글리시다. 세러머니는 스스로 기뻐서 하는 행위가 아니라, 국가적, 사회적, 종교적 행사나 예식을 가리킨다. ceremony의 사용 예를 살펴보면 졸업식(a graduation ceremony). 대관식(a coronation ceremony). 결혼식(a wedding ceremony)처럼 격식을 갖춘 공식적인 의식을 뜻한다. 우리가 흔히 쓰는 MC(emcee)는 a master of ceremonies의 약어다. 숙어로 without ceremony는 '격식을 차리지 않고', no ceremony는 '염려말고 편한대로 해라'의 뜻이다.
Neymar celebrated Saturday after the penalty shot that won Brazil the gold(네이마르가 토요일 브라질에게 금메달을 안긴 페널티 볼을 찬 뒤 기뻐했다). - WSJ, 2016. 8. 22
Jamaica's Usain Bolt celebrates winning the men's 200-meter final Thursday(.자마이카 우사인 볼트가 목요일 남자 200미터 결승에서 우승을 자축하다). - KH, 2016. 8. 20/21
위 예문에서 보듯 goal ceremony란 표현은 아무데도 없다. 골을 넣든가 메달을 따고 스스로 기뻐서 어떤 행동을 나타내는 일은 세러머니(ceremony)가 아니라 셀러브레이션(celebration)이다. 동사로는 celebrate. Hahn, perhaps best known for his "Gangnam Style" birdie celebration three years ago on the Phoenix Open's rowdy 16th hole, said… (3년전 피닉스 오픈 시합 때 공략이 어려운 16번 홀에서 버디를 하고 "강남스타일"축하 행위를 해서 잘 알려진 한은…). 골 세러머니도 좋지만 스포츠의 정신은 메달보다 페어플레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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