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뉴스와 콩글리시] 전관예우가 만든 `게이트` 공화국](http://contents.dt.co.kr/images/201606/2016063002102251607002[1].jpg "[뉴스와 콩글리시] 전관예우가 만든 `게이트` 공화국")
대한민국은 <게이트 공화국>인가. 온국민을 분노케 하는 법조비리나 정치적 부정부패 사건이 연속 터지고 있다. 언론은 경쟁적으로 소나기 보도를 해댄다. 여론은 냄비 들끓듯하고 검찰은 어김없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성역없는 수사'를 벌이겠다고 약속한다.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루어지기도 전에 또 다른 대형 사건이 일어난다. 큰불에 작은 불이 묻히듯 시간이 지나면서 사건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고 게이트의 전말은 용두사미가 되고 만다.
대개 게이트 이름이 붙은 사건은 권력형 비리 아니면 권력과 유착된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적당한 선에서 꼬리 자르기를 하게 된다. 그 탓인지 지금껏 무엇 하나 속시원히 해결된 게 없다. 검찰은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한지 오래고, 메이저 언론들은 진실 앞에 더없이 무기력하다. 법과 질서, 사회 정의와 양심은 이 땅 어디서고 찾아보기 어렵다.
게이트(gate)-사회 정치 경제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정부 또는 정치권력의 대형비리나 부패 부조리 사건에 붙여서 쓰는 말이다. 주로 파문을 일으킨 사람, 장소 또는 사건의 뒤에 접미어로 붙여 쓴다. 성완종 게이트는 사람 이름에 붙여 쓴 예이고, 한보게이트는 비리의 온상인 기업 이름에, 그리고 영포게이트는 지역명에 게이트를 붙인 예다. 또 리크(leak)게이트는 정보를 흘린 행위에, 지퍼게이트는 사건의 핵심이 된 사물 뒤에 붙였다. 다만 러기지 게이트나 포르노 게이트처럼 한낱 고십거리이거나 작은 스캔들을 두고 gate를 붙이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게이트는 soft news(연예오락 흥미 위주 뉴스)보다는 hard news(비연예적인 뉴스)에 써야 제격이다.
게이트란 말은 미국의 워터게이트(Watergate)사건에서 나왔다. 닉슨 대통령이 재선을 위한 선거 운동 중 워싱턴DC 워터게이트 호텔에 있던 미주당 선거운동 지휘본부에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던 5명의 남자들이 체포되면서 사건이 불거졌다. 1972년 6월 17일이었다. 단순 절도사건으로 은폐될 뻔 했던 사건이었으나 내부고발자(deep throat)에 의해 워싱턴포스트가 대서특필한 것을 계기로 닉슨 캠프의 사주였음이 밝혀졌다. 결국 닉슨은 탄핵에 앞서 1974년 8월 9일 대통령직을 사임했다. The Watergate scandal brought down Richard Nixon, whose ratings were in the 20s during his last year in office(리처드 닉슨은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사임했는데 그의 재임 마지막 해의 지지율은 20%대였다). 이후 접미어 gate가 사전에 올랐다.
최근 정운호 게이트가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정운호는 신생 화장품회사 오너로서 두 번씩이나 해외 원정도박혐의로 입건되었지만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변호사와 브로커를 통해서 판사와 검사에게 뇌물을 뿌려서 형량을 줄이려 했던 대형 법조비리 사건이다. 이 사건의 중심에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과 브로커 이민희와 고등학교 선후배 관계인 검사장 출신 홍만표가 등장한다. 최 변호사는 보석이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고 정운호로부터 50억원의 수임료를 받는다. 여기서 두 가지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전관예우는 살아 있다는 점이 첫 번째 팩트이고, 유전무죄 무전유죄로 지탄받고 있는 법조계는 뇌물 커넥션으로 얼룩져 있다는 점이 두 번째다. 전관예우(前官禮遇)란 무엇을 말하나? 판사나 검사로 재직하다가 변호사로 갓 개업한 사람이 맡은 소송에 대해서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내는 특혜를 가리킨다. 지금까지 안대희, 정흥원, 황교안, 이용훈, 박시환, 정동기, 김용준, 박한철 등 고위공직후보자 치고 전관예우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없었다. 변호사를 선임할 때 사람들이 먼저 고려하는 것은 담당 검사나 판사와 얼마나 가까운 관계인가 하는 점이다. 연고주의가 법치주의를 앞선다.
법조계 고위인사 출신들은 하나같이 마이더스 손을 갖고 있나 보다. 손 한 번 댔다 하면 100억원이다. 주식 대박을 터트린 진경준 검사장은 밑천 한 푼 들이지 않고 120억원을 벌었다. 검사장 출신 홍만표는 일 년 수임료가 100억원이 넘었다. 홍의 구속 사유는 전관예우 같은 부조리나 부정 행위는 결코 없었으며 오직 "탈세를 좀 했다"는 것이었다. 제식구 감싸기가 도를 넘었다.
썩은 정치와 사법 비리가 만들어내는 <게이트 대행진>은 언제쯤 멈추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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