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차원 로드맵 발표
쇼핑객 결제 불편 개선
"5년간 2000억원 투자"
쇼핑객 결제 불편 개선
"5년간 2000억원 투자"
세계 3대 금융허브인 싱가포르의 상가를 들어가 보면 계산대 위에 3~4개의 카드 결제 단말기가 늘어서 있다. 쇼핑객들은 결제를 위해 긴 줄을 감수해야 한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같은 불편함을 핀테크 기술로 해결, 오는 2020년까지 '현금없는 사회'를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5년간 2억2500만달러(한화 2000억원)도 투자한다. 한국은행이 오는 2020년까지 '동전없는 사회'를 구현하겠다고 공표한 가운데 금융 선진국인 싱가포르의 '현금없는 사회' 정책이 어떤 것인지 싱가포르 현지를 직접 돌아봤다.
25일 싱가포르 금융권에 따르면 싱가포르 경제활동 인구 1인당 신용카드 보유 수는 5~6장 정도로 다소 많은 편이다.
카드사별로 결제 단말기도 제각각이어서 가맹점마다 3~4개의 카드결제 단말기가 늘어서 있다. 때문에 싱가포르 상점에서는 소비자들이 상품 구입 후 결제를 하려고 길게 늘어선 줄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결제원이 일일이 이용자 카드를 확인해 맞는 단말기별로 결제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서민들이 즐겨 이용하는 대형 음식 상가 등 영세 매장의 경우 카드 결제가 아예 불가능한 곳도 상당수다.
이에 싱가포르 정부는 최근 현금없는 사회 구현과 핀테크 육성을 위한 정부 차원의 로드맵을 발표했다.
타르만 샨무가라트남 싱가포르 부총리 겸 재무부장관은 "싱가포르 경제에 차세대 먹거리를 제공하고 세계 금융시장의 신뢰를 더욱 공고히 하는 방안은 다름 아닌 핀테크 육성"이라며 "핀테크 생태계를 육성, 확대하는 데 향후 5년간 2억2500만 싱가포르달러(우리돈 2000억원 규모)를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또 "핀테크 생태계를 기반으로 싱가포르 정부는 세계 금융허브의 위상을 유지, 강화하고 투명한 재정시스템을 확보할 수 있는 '스마트 국가'를 건설하겠다"면서 "싱가포르에서 현금없는 사회가 구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싱가포르의 통화감독청(MAS, 우리나라 금융감독원 및 한국은행 역할) 역시 오는 2020년까지 현금없는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9가지 중점 기술을 선정, 금융회사와 함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모바일 결제, 러닝 머신, 디지털 화폐(비트코인), 인증 기술, 바이오 매트릭, 사이버 보안, 빅데이터, 유연성 있는 플랫폼 등이 그것이다.
핀테크 기술을 통해 결제 프로세스를 단순화하고 전자 결제로 전환하면 쇼핑의 편리성이 크게 증가할 뿐 아니라 국가의 세수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 싱가포르 정부의 생각이다. 대신 싱가포르 정부는 기존 금융회사의 틀을 깨는 '파괴적인 혁신' 대신 금융사의 안정적 성장을 도모하면서 핀테크를 육성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싱가포르 금융연합회 의장직을 맡고 있는 UOB(대화은행)의 지급결제부문 총괄 추완심 전무(사진)는 "현금없는 사회, 핀테크 혁신을 이루면서도 기존 금융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모래상자(Sand Box) 안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린아이가 뛰어놀아도 모래사장 안이라면 크게 다치지 않는다. 이에 착안해 신기술이나 새로운 프로세스를 '가상의 금융시장'인 샌드박스에 실험적으로 도입해 위험 요소를 충분히 거른 뒤 실제 시장에 적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지급결제 금융거래의 총 75%를 신용카드와 모바일 결제 등으로 대체해 나갈 계획"이라며 "개별 금융회사 역시 이 계획에 맞춰 모바일 페이, 간편결제, SNS를 활용한 금융거래 플랫폼 등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강은성기자 es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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