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생 침입부터 성적조작까지
정부서울청사를 다섯 차례나 드나들며 시험지 유출, 시험 성적 위조, 합격자 명단 위조 등을 시도했다 적발돼 구속된 송 모씨는 전남 지역 출신으로 제주에 유학하다 이번 '국가직 지역인재 7급 시험'에 응시했다.
합격에 대한 압박감이 심했던 그는 지난 2월 28일 처음으로 청사에 진입했다. 원래 청사 출입문을 통과하려면 신분증을 안내소에 맡기고 청사 내에 근무하는 공무원의 인솔을 받아야 임시출입증을 받아 들어갈 수 있지만, 그는 휴가 후 복귀하는 의경 무리에 섞여 들어가 청사로 들어갔다. 시험 준비를 위해 머리를 짧게 깎았던 탓에 별다른 의심을 받지 않았다. 이날 그는 출입증 없이 들어갈 수 있는 청사 1층 체력단련실에서 출입증 기능이 있는 공무원 신분증을 훔쳤다. 그렇게 첫 번째 관문이 뚫렸다.
하지만 시험을 주관하는 인사혁신처 사무실은 디지털도어록이 막고 있어 시험지 유출 시도는 무위에 그쳤다. 결국 시험에 응시한 송 씨는 기대보다 낮은 점수를 받자 성적 조작을 목적으로 지난달 6일 청사에 재진입했다. 하지만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갔다.
하지만 미련을 버리지 못해 지난달 24일 다시 청사 출입을 시도했다. 가방에 슬리퍼까지 담아 내부인 행세도 했다. 출입증은 여전히 작동하고 있었다. 청사 방호원에게 출입증을 보여주며 "열쇠 꾸러미를 달라"고 요구했다. 방호원은 별다른 의심 없이 이를 건네줬다. 그렇지만 디지털 도어록으로 잠근 문에는 소용이 없었다. 허점은 의외의 곳에 있었다. 채용관리과 사무실 출입문 모서리에 작은 글씨로 4자리 비밀번호가 있었던 것. 두 번째 관문은 허무하게 뚫렸다.
경찰 조사 결과 사무실 진입에 성공한 송 씨는 CMOS 비밀번호가 설정돼있지 않은 PC 부팅 과정을 마쳤지만, 윈도 로그인 비밀번호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틀 뒤인 지난달 26일, 그는 마지막 관문을 넘을 방법을 찾아내 들고 왔다. 인터넷을 통해 얻은 비밀번호 우회 방식을 배운 뒤 USB 이동식 저장장치에 리눅스 운영체제(OS)를 담아 와 사무실로 다시 들어갔다. 기존에 뚫린 경로는 여전히 그를 막지 못했다. 비밀번호까지 넘은 그는 합격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추가했다.
그는 인사처 홈페이지에 시험 관련 재공고가 뜨자 자신의 범행이 들통난 것으로 오인, 지난 1일 다섯번째 침입을 했다. 하지만 이미 인사처가 송 씨의 침입 사실을 인지한 뒤여서 도어록 비밀번호는 바뀌어 있었다. 그는 인사처의 신고에 따라 수사에 나선 경찰에 지난 6일 붙잡혔고, 곧 구속됐다.
이번 사건으로 기본적인 정보보안 원칙을 지키지 않고, 중요 문서에 비밀번호도 설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인사혁신처 직원들의 부실한 정보보안 태도는 도마에 올랐다.
이재운기자 j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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