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봅시다] 자율주행차 교통사고 법적 책임

운전자-제조사, 과실 정도따라 책임… 합리적 분담 논의 필요
일반인, 차량결함 찾기 어려워
사고과실 입증 방법 개선 시급
사고상황·부품·SW동작 여부 등
원인·과실주체 파악 정책방향돼야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알아봅시다] 자율주행차 교통사고 법적 책임


자율주행차의 상용화 연구와 함께 법적 책임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사고가 발생하면 법적인 책임소재를 제조사에 물을지 아니면 구매자(운전자)가 보상해야 하는지 확실한 구분이 없기 때문입니다.

2월 14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시험운행을 하던 자율주행차가 버스와 충돌했습니다. 사상자가 없는 비교적 가벼운 교통사고였지만 이 사고에 주목하는 이유는 제조사(구글)가 자율주행차의 과실을 인정한 첫 사고이기 때문입니다. 수년간 진행된 자율주행차의 시험운행에서 다수의 사고가 있었으나, 자율주행차의 과실은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이번 사고로 자율주행차의 과실이 포함된 교통사고에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어떻게 분담하는 것이 합리적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의 필요성과 시급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은 자동화 정도에 따라 인간의 개입 정도가 달라지고, 이에 따라 운전자 혹은 차량(제조사)의 책임 범위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미국의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자율주행의 정도를 다섯 단계로 구분해 정의하고 있습니다. 많은 나라가 이 정의를 공유합니다.

특히 레벨3 이상의 자율주행 상태에서 발생한 사고의 책임에 대한 논의가 화두입니다. 운전자의 감시와 조작을 전제로 하는 단계의 운행은 현행법에 따른 손해배상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율주행차의 대중화로 교통사고가 많이 감소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율주행 기술을 선도하는 미국에서의 자율주행차 시험운행 중에도 여러 건의 교통사고사례가 보고됐습니다. 또 자율주행차 교통사고 통계를 바탕으로 안전성에 대해 지적하는 연구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미국 미시간대학이 일반도로에서 자율주행차 시험운행 결과를 분석한 연구를 보면 자율주행차의 과실은 아니지만, 자율주행차가 포함된 교통사고가 다수 발생했고, 자율주행차의 운행 거리 100마일 당 교통사고 발생률과 부상자 발생률 등이 일반 차량의 경우보다 높다는 결과가 포함돼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자율주행차 안전성에 대한 지나친 낙관을 경계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제시합니다.

이와 상반되는 결과가 구글의 지원을 받은 연구에서도 나왔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경찰에 신고되지 않아 공식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교통사고를 분석에 포함하고, 교통사고 심각도에 따라 세분화해 분석하면 일반 차량의 교통사고에 비해 자율주행차의 교통사고 발생률이 낮다는 결과를 제시했습니다.

아직 자율주행차의 차량 대수나 운행실적이 일반 차량보다 매우 낮고, 사고 빈도와 연구실적도 적어 연구결과를 충분히 신뢰하기 힘들고, 각 연구의 대상이나 방법 등에 차이가 있어 연구결과를 직접 비교하기도 어렵습니다. 다만, 현재의 자율주행 기술이 완전한 교통안전을 담보하기 어렵고, 자율주행차라 하더라도 교통사고의 발생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자율주행차가 포함된 교통사고의 손해배상은 기존 법령으로 처리하기에는 불합리한 요소들이 있으므로 이에 대한 법·제도적 체계 마련이 시급하게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손해가 발생한 경우, 손해배상의 책임은 원칙적으로 '과실 책임의 원칙'(민법 제750조)에 따라 가해자의 과실 정도에 따라 정해집니다. 하지만 교통사고에 따른 책임은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에서 일부 달리 규정하고 있습니다. 교통사고는 운전자, 도로관리자, 차량 제조사 등 여러 주체와 관련이 될 수 있는데 현행법은 사상자가 발생한 교통사고의 민사적 책임주체를 일단 가해운전자로 간주합니다. 도로관리자나 차량 제조사 등 운전자가 아닌 자에게 사고의 책임이 있다면 이들의 책임을 운전자가 입증해야만 운전자의 책임을 다른 이에게 전가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3조5)

즉, 사람이 다친 사고의 운전자에 대해 조건부무과실책임주의를 채택했고 안정적인 손해 배상을 위해 모든 운전자에게 보험 가입을 의무화(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5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차량의 결함으로 인한 사고나 소비자 피해가 입증되면 '제조물책임법'에 따라 제조사가 배상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현행법체계에서 교통사고 가해운전자의 민사적 책임을 엄격히 규정한 이유는 교통사고 처리와 관련한 기존 법체계의 관점이 '교통사고는 일반불법행위와는 달리 가해자의 책임문제보다는 피해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공평·타당한 보상을 할 것인가가 법률적으로 중요한 과제'라는 견해를 밝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자율주행차 교통사고와 관련하여 가장 자주 하는 질문은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입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당연하게도 '과실이 있는 사람(제조물)이 과실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일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고의 원인이 되는 과실을 누가, 얼마나 범했는지를 어떻게 파악할 것인가'입니다. 운전자가 과실의 입증책임을 지는 현행 법체계에서 고도의 첨단장치로 작동되는 자율주행차에 과실(결함)이 있다는 것을 보통의 운전자가 입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과실의 입증 방법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율주행 상태의 사고라도 운전자의 책임이 있을 수 있는데, 이를 증명하면 제조사의 책임경감이 가능하므로 제조사 입장에서도 과실의 입증 방법 개선은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습니다. 또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면 운전자에게 사실상 무과실책임을 부과하는 현행 교통법 체계에서 벗어나 민법의 기본 원칙인 과실책임주의의 실현이라는 점에서도 의미 있는 접근이라고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즉, 사고 당시 상황, 차량 부품과 소프트웨어의 정상작동 여부 등 사고원인과 과실주체 파악이 중요 정책 방향이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율주행차는 교통사고 처리 관련 제도의 변화뿐 아니라 제조사의 책임 강화, 교통안전 체계 개선, 관련 행정청의 역할 변화 등 수많은 사회적 변화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이런 긍정적 효과는 극대화하고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많은 연구와 사회적 논의가 선행돼야 할 것입니다. 국회를 중심으로 더욱 다양한 법·제도적 대안을 발굴하고, 활발한 사회적 논의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서영진기자 artjuck@dt.co.kr
도움말=국회입법조사처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가장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