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최근 전자공시
"빛 바랜 해외사업 해명해야"
작년 1~3분기 누적적자 871억
차이나홀딩스·미국 숍킥 등
미·중·베트남서 잇단 곤욕
결국 해외사업 잇따라 철수
"빛 바랜 해외사업 해명해야"
작년 1~3분기 누적적자 871억
차이나홀딩스·미국 숍킥 등
미·중·베트남서 잇단 곤욕
결국 해외사업 잇따라 철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2002년 신세기통신을 인수합병하고, 최근 CJ헬로비전까지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SK텔레콤이 정작 해외사업에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 중국, 베트남 등에 수차례 시장 진출을 시도했다가 철수한 데 이어, 현재 11개 해외 자회사 모두 작년에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SK텔레콤의 해외 소재 계열사 11개 기업이 모두 지난해 1~3분기 누적 적자를 기록 중이다. 이들이 기록한 누적 적자 규모는 모두 871억원이다.
구체적으로는 SK텔레콤 차이나홀딩스(중국)가 126억3900만원 손실, SKP 글로벌홀딩스(싱가포르) 134억9400만원 손실, SKT 아메리카와 SKP 아메리카(미국)가 각각 36억200만원, 1억1800만원 손실을 냈다. 통신사, 제조사, 투자사 등 업종에 관계없이 해외 자회사 모두가 적자를 기록했다.
SK텔레콤은 과거에도 해외 사업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SK텔레콤은 지난 2001년 베트남에 진출, 베트남 정부와 합작해 'S폰'이라는 브랜드로 사업을 벌였지만 8년 만인 지난 2009년 철수했다. 2005년에는 미국 이동통신재판매(알뜰폰) 합작사 힐리오를 설립하며 5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으나, 지난 2008년 힐리오를 버진모바일에 매각하며 철수했다.
또 중국 텔레매틱스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2008년 139억원에 '이-아이(E-eye) 까오신'을 인수했지만, 사업 부진을 이어오다 지난해 1월 매각하고 철수했다. 2009년에는 SK텔레콤이 보유한 중국 이동통신사 차이나유니콤의 주식을 매각하며 손을 뗐다. 2010년 투자한 미국 이통사 라이트스퀘어드는 2012년 5월 파산보호를 신청, 6000만 달러의 투자 손실이 발생하기도 했다.
국가 기간산업으로 분류되는 방송, 통신 시장의 경우, 각국 정부의 규제로 진입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해외 사업의 잇단 실패는 SK텔레콤에겐 깊은 상처라는 평가다. 통신업계 전문가들은 나라마다 다른 문화와 제도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진출했다가 실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측은 "신성장 동력을 찾아 해외 진출을 계속 시도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실패가 일어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빛바랜 해외 사업은 최근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추진하며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또다시 외치고 있는 SK텔레콤이 반드시 해명해야 한다는 게 KT, LG유플러스 등 경쟁사들의 주장이다. 지난해 12월 이형희 SK텔레콤 사업 총괄은 넷플릭스, 유튜브 등 해외 미디어 사업자의 국내 진출을 언급하면서 "새로 출범하는 (SK브로드밴드-CJ헬로비전) 합병법인을 통해 글로벌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미디어 플랫폼 사업자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1999년 손길승 당시 SK그룹 회장이 신세기통신 인수추진을 발표할 때도 "세계적인 추세는 거대화, 전문화, 글로벌화이며, (신세기통신 합병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인수합병 명분을 내세웠다.
정윤희기자 yu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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