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옥 칼럼] ISA가 뭐길래](http://contents.dt.co.kr/images/201602/2016022202102258699001[1].jpg "[한민옥 칼럼] ISA가 뭐길래")
금융권에 경품잔치가 벌어졌다. 우대금리는 기본이고 골드바, 자동차, 해외 여행상품권까지 고가의 경품이 경쟁적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마치 세일을 맞은 백화점의 경품행사를 보는듯하다.
다음달 14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본격적인 판매를 앞두고 금융권의 소비자 유치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특히 한국금융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은행권과 증권업계 간 신경전이 뜨겁다. 누가 더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을 수 있는지 자존심 싸움이라도 하듯 고가의 경품을 내걸고 있다.
앞뒤가 바뀌었다. 은행이나 증권사 모두 사전 판매에만 열을 올릴 뿐, 앞으로 ISA를 어떻게 운용할지는 큰 관심이 없는 모습이다. ISA를 어떤 상품들로 구성할지, 수수료를 얼마나 책정할지 오리무중이다. 엄연히 원금손실이 날 수 있는 투자상품인데 소비자에게 제대로 설명도 하지 않고 있다. 상품이나 운용 전략이야 나중에 짜면 되고, 일단은 다른 은행이나 증권사보다 많이 팔아놓고 보자는 식이다.
불완전판매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이래서는 ISA 제도의 성공은 절대 장담할 수 없다.
ISA가 무엇인가.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국민 재산 늘리기 프로젝트'의 핵심과제가 바로 ISA다. 하나의 계좌에 예·적금과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한꺼번에 넣어 운용하면서 세제 혜택까지 볼 수 있는 일명 '만능통장'을 통해 국민 재산을 늘리겠다는 게 금융당국의 생각이다.
최근 불안한 금융시장을 감안하면 이 생각 자체가 모순이다. 여러 금융상품을 담을 수 있지만 ISA는 기본적으로 투자상품이다. 비과세 대상인 200만~250만원의 소득을 내려면 예·적금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주력상품은 ELS 등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국내는 물론 글로벌 증시가 급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상품은 사실상 없다. 실제 그동안 안정적인 투자상품으로 인식돼 온 ELS조차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홍콩H지수) 폭락으로 원금조차 찾을 수 있을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금융당국도 ELS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다. 지난 15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금융시장 점검회의를 열고 ELS 발행사와 판매사에 대응 강화를 요구했다. ELS 투자 유의를 당부하면서, 한편으로는 ELS가 주력이 될 수밖에 없는 ISA를 통해 국민 재산을 불리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렇다면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아 ELS 등의 수익률이 올라가면 국민들은 ISA로 재산을 확 늘릴 수 있을까. ISA는 연소득 5000만원 이하인 경우 250만원, 5000만원 이상은 200만원에 한해 비과세 혜택을 부여하고 초과분에 대해서는 9.9% 분리 과세한다. 단 비과세 혜택을 받으려면 5년간 계좌를 유지해야 한다. 여기에 함정이 있다. 세제 혜택이 5년 동안 최대 250만원에 불과하다. 재형저축의 전철을 밟지 않을지 우려하는 이유다. 재형저축도 ISA처럼 초기 시장 과열 양상을 빚었다. 하지만 가입 후 해지율이 32%에 달해 현재는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ISA는 분명 좋은 상품이다. 전 세계적으로 저금리 시대가 고착화되는 가운데 서민 입장에서 이만한 혜택이 있는 상품은 드물다. 금융권 입장에서도 철옹성과 같은 업권 칸막이를 없애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지나친 과대포장이다. 금융 투자상품 하나 내놓으면서 국민 재산 늘리기 프로젝트라는 거창한 구호가 웬말인가. 금융당국이 먼저 과대포장을 하니 수익 악화로 어떻게든 소비자를 더 유치해야 하는 금융권이 과열경쟁으로 화답하고 있는 것이다. 지나친 포장은 내용물의 가치를 오히려 반감할 수 있다. 누가뭐래도 금융산업의 생명은 신뢰가 아니던가.
한민옥 금융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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