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핑테스트식 무작위 검사…신뢰회복 노려
배출가스 기준 취약 신흥국 기준강화 분주
완성차 업계, 친환경차 출시 가속도 전망도
배출가스 기준 취약 신흥국 기준강화 분주
완성차 업계, 친환경차 출시 가속도 전망도
[디지털타임스 노재웅 기자]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 각국에서 '제2의 폭스바겐' 등장을 막기 위한 규제가 새로 만들어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배출가스 기준이 미약했던 신흥국도 강력한 기준을 세우기 시작하면서 완성차 업계의 친환경차 출시가 가속화할 전망이다.
18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모든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사전에 공지하지 않는 임의 배출가스 점검을 시행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폭스바겐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사태를 계기로 실추한 독일 자동차 업계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특별 조치로 풀이할 수 있다.
알렉산더 도브린트 독일 교통부장관은 최근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운동선수에 대한 도핑 테스트와 비슷한 방식으로 차량 배출가스 임의 점검을 매년 시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출가스 임의 점검은 렌터카 회사의 자동차를 무작위로 선택해 점검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검사 담당자를 수시로 교체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앞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EU 당국이 직접 범유럽 차원에서 각국에서 문제를 일으킨 완성차 업체에 리콜 지시나 벌금 부과 등 구체적인 제재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내놨다. 지금까지 자동차 판매 승인이나 규정 위반 시 제재 권한은 유럽 각국 정부의 고유 권한이었고, EU는 단지 배출가스 관련 규제 기준을 정하는 수준의 약한 권한만 갖고 있었다. 하지만 EU가 추진 중인 새로운 권한 중에는 규정 위반을 저지른 업체를 상대로 차량 1대당 최대 3만유로(약 4095만원)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는 항목을 포함하고 있다. 중형급 신차 1대 가격을 그대로 벌금으로 물리는 수준인 셈이다.
EU는 또 앞으로 언제든지 각 완성차 업체의 특정 모델을 무작위로 선정해 도로 위 실주행 환경에서 배출가스 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이는 현재 독일에서 검토 중인 사안과 같은 맥락이다.
아울러 제조사들은 차량에 탑재하는 소프트웨어 세부 데이터를 EU에 제출해야 한다. 차량 승인검사 비용 역시 부정행위를 눈감아주는 그동안 관행을 방지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직접 부담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최근 국립환경과학원 소속 한 공무원이 수입차 배출가스와 소음 등 환경인증 업무를 담당하면서 업체들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
상대적으로 배출가스 기준이 약했던 신흥국 시장에서도 기준 강화를 추진 중이다. 중국 정부는 올해 4월부터 베이징, 톈진, 허베이, 상하이, 광둥 등 11개 성의 배출가스 기준을 기존 황 함량 허용치의 5분의 1수준인 10ppm 이하로 제한해 적용하기로 했다. 나머지 지역에 대해서는 내년 7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중국은 그동안 성마다 다른 배출가스 기준을 적용했을 뿐 통일된 배출가스 기준이 없었다. 인도 정부는 유로4 수준인 현행 기준을 내년부터 두 단계 위인 유로6 수준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인도는 그동안 유로4~5 기준을 맞춘 구형 디젤차의 '떨이 판매'가 이뤄지는 시장으로 통용돼왔지만, 앞으로는 강화한 환경기준에 따라 선진국과 같은 수준의 차량 판매만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우리나라도 올해 9월부터 3.5톤 미만의 중·소형차에 대해 실도로 주행에서 배출가스 검사를 시행한다. 대부분 승용차, 승합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이 모두 검사대상에 포함한다. 환경부는 실도로 검사에서 배출가스가 0.08ｇ/㎞의 2.1배를 초과할 경우 판매금지 조치를 하기로 했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유럽의 경우 급격히 당겨진 제재 시점과 강화된 제도로 인해 반발을 일으킨 업체들이 모여 탄원서를 제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면서 "특히 신흥국의 경우 지난해 대다수 주요 완성차 업체가 판매 감소를 겪은 가운데, 새 기준을 만족하기 위해선 차량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므로 부정적인 요소가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노재웅기자 ripbir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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