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케이블TV 1위 M&A… 결합상품 독점 강화" 반발
SKT "인터넷·방송 KT가 주도… 경쟁 촉진 기회" 맞서
초고속 재판매·알뜰폰 시장 획정 등 지배력 해석 엇갈려
SKT "인터넷·방송 KT가 주도… 경쟁 촉진 기회" 맞서
초고속 재판매·알뜰폰 시장 획정 등 지배력 해석 엇갈려
■ 긴급점검 SKT-CJ헬로 M&A, 어떻게 볼 것인가
(4) 통신시장 영향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이 통신시장에 끼칠 영향에 대한 판단은 정부의 인가 여부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쟁점이다. 실제 미래창조과학부의 인수·합병 심사에서도 시장 지배력 전이 여부 등 통신 시장 경쟁에 미칠 영향이 가장 중요한 평가항목으로 자리하고 있다.
합병에 반대하는 KT와 LG유플러스 등은 전체 통신시장에서 이동통신의 영향력이 가장 큰 상황에서, 시장 점유율 49%인 SK텔레콤의 영향력이 유선(초고속인터넷, IPTV, 인터넷전화) 시장 전체로까지 퍼져 나가 경쟁사의 설 자리가 사라진다고 주장한다. 반면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의 초고속인터넷 상품을 합쳐 그동안 열세였던 유선 초고속인터넷, 방송 시장에서 경쟁이 오히려 촉진된다고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거대 사업자의 탄생, '시장지배력 전이' 논란 촉발= 이동통신 1위 SK텔레콤과 케이블TV 1위 CJ헬로비전이 결합하면 통신·방송 관련 6개 사업영역에서 시장 점유율 1~2위를 다투는 거대 사업자가 탄생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SK텔레콤은 이동통신 가입자 2626만명으로 점유율 49%를 차지하고 있다. 또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선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합쳐 498만명 가입자를 보유, 시장 점유율 24%를 차지하고 있다. 알뜰폰 시장에선 자회사인 SK텔링크가 가입자수 80만명으로 전체 알뜰폰 시장에서 14%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유료방송 시장에선 자회사 SK브로드밴드의 IPTV 가입자수가 335만명으로 점유율 11%를 유지하고 있다.
CJ헬로비전은 통신 분야에선 초고속인터넷가입자 88만명으로 시장점유율 6%, 알뜰폰 가입자도 85만명으로 전체 알뜰폰 시장에서 14%를 차지하고 있다. 유료방송시장에선 가입자 415만명으로 점유율 14%를 차지하고 있다.
두 회사가 합칠 경우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은 49%(1위), 알뜰폰 30%(1위), 유료방송 26%(2위), 초고속인터넷 30%(2위), 인터넷전화 23%(3위)가 된다.
이처럼 시장점유율 상승을 두고 KT-LG유플러스 진영은 SK텔레콤이 각 상품을 묶어 파는 방식으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SK텔레콤은 넷플릭스와 같은 해외 미디어 기업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선택일 뿐, 독점 강화와는 무관하다고 반박한다.
◇결합상품 중심 '휴대전화냐 초고속인터넷이냐'= 결합상품은 영어로 '번들'(덤)이다. 즉 소비자가 가장 선호하는 하나의 주력상품에 다른 상품을 덤으로 얹어 준다는 의미다. 하나의 우수한 주력 상품을 바탕으로 다른 상품을 묶어 팔 경우, 다른 상품의 시장 점유율까지 올라가는 '시장 지배력 전이'가 일어나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양측은 엇갈리는 주장 속에서도 최근 통신·방송시장에서 결합상품이 대세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13년 방송시장 경쟁상황평가에 따르면 휴대전화, 초고속인터넷, 방송상품 등이 포함된 결합상품 가입자는 모두 1129만명이다.
하지만 시장에서 소비자가 방송통신 결합상품을 선택하게 하는 가장 큰 유인, 주력 상품이 무엇이냐를 두고 SK텔레콤과 경쟁사의 주장은 완전히 엇갈린다. SK텔레콤은 결합상품의 중심은 초고속인터넷이라고 주장한다. 물리적으로 IPTV와 인터넷전화 등 대부분 결합상품은 필수설비인 초고속인터넷 네트워크를 타고 서비스된다. 회사는 정보통신진흥원의 통신시장경쟁상황평가 연구결과와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등의 소비자 설문을 바탕으로 한 연구결과를 들어 결합상품의 중심은 초고속인터넷이라고 주장한다. 이 경우 KT가 초고속인터넷시장 점유율 41%로서 결합상품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회사는 기존 점유율 24%에서 30%로 힘을 키워 더 큰 경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성환 아주대 교수는 "합병 후 알뜰폰을 제외한 SK계열의 이동통신 점유율은 47.5%에 지나지 않고, 유료방송 시장에서도 KT에 이은 2위 사업자가 된다"며 "합병으로 오히려 SK텔레콤 계열의 가격 인하로 결합상품 시장 전체의 경쟁이 활성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KT와 LG유플러스는 이동통신이 결합상품의 중심이라고 주장한다. 이동통신은 압도적인 생활 필수 상품으로 잡으며 영향력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고, 현실적으로 통신시장 전체를 움직이는 가장 큰 상품이라는 것이다. 특히 현재 이동통신 중심의 결합상품 가입률은 전체 결합상품의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이동통신의 영향력이 높아지는 추이를 봐야 한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정부의 방송시장 경쟁상황평가에 따르면 방송통신 결합상품 가입자 중 이동전화 포함 결합상품 가입자 비중 지난 2013년 28.2%였다가, 2014년엔 37.2%, 2015년엔 41.4%까지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SK텔레콤이 점유율 49%인 이동통신 시장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다른 상품까지 점유율을 쉽게 올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강병민 경희대 교수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결합은 경쟁이 이뤄지고 있던 유선(유료방송, 초고속인터넷 등) 시장에서 경쟁사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다양한 상품의 복수결합을 통해 더 많은 할인이 가능해지고, 결과적으로 이동통신 시장 지배력이 유선 시장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말했다.
◇초고속·알뜰폰 시장 효과 두고 해석 엇갈려= KT와 LG유플러스는 초고속인터넷 시장을 SK텔레콤이 이동통신 지배력을 다른 시장으로 전이한 대표 사례로 꼽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2010년부터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의 초고속인터넷을 자사 이동통신 상품과 묶어 유통망에서 재판매했다. 이를 통해 매년 약 2.15%씩 점유율을 확대해왔으며, 지난 2014년에는 약 80% 가까운 순증 가입자 점유율을 기록했다. 초고속인터넷 시장 성장이 둔화되는 가운데 이처럼 SK텔레콤만 유일하게 가입자가 급증하고 있는 데 대해 업계는 50%에 가까운 막강한 SKT의 이동통신시장 지배력을 유선 시장으로 전이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SK텔레콤은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KT가 독보적 1위로, 합병해도 점유율 차이가 12.2%밖에 나지 않아 시장 영향력이 적다고 주장한다. 또 초고속인터넷 재판매를 시작한 지난 2010년 이후, 지난 6년간 SK군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점유율은 2.2%포인트 늘어나는데 그쳤다고 주장했다. 이동통신 시장 지배력 전이의 결과라고 보기에는 미약하다는 것이다. 특히 공정거래위윈회로부터 지난 2012년과 2013년 '시장지배력 전이 및 부당지원' 등에 대해 '무혐의' 판정을 받은 것을 그 근거로 들었다.
최근 가계통신비 절감에 톡톡히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는 알뜰폰 시장과 관련해서도 양측 주장은 엇갈린다. KT와 LG유플러스는 전체 통신시장으로 놓고 보면 KT의 망을 이용하던 CJ헬로비전 알뜰폰 가입자수가 SK텔레콤으로 넘어가 시장점유율 51%가 넘게 된다고 주장했다. 즉 SK텔레콤은 현재 시장점유율이 49%여서 정부로부터 이동통신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돼 있는데, 점유율이 높아지는 만큼 SK텔레콤의 지배력도 더 상승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SK텔레콤은 이같은 주장이 자의적 시장 획정에 근거한 것이라고 반박한다. 거대 이동통신사업자 시장과 알뜰폰 시장은 완전히 별개이며, CJ헬로비전은 단순히 KT로부터 망을 빌린 것일 뿐, SK텔레콤의 영향력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지성기자 js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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