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칼럼] 통신미디어, 소모적 논쟁 접고 미래 고민해라](http://contents.dt.co.kr/images/201602/2016021502102251614001[1].jpg "[김승룡 칼럼] 통신미디어, 소모적 논쟁 접고 미래 고민해라")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피우고 추억과 욕망을 뒤섞고 봄비로 활기 없는 뿌리를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대지를 망각의 눈으로 덮고, 마른 뿌리로 작은 생명을 길러주었다.' 영국의 시인 T.S 엘리엇의 시 '황무지'의 첫 구절이다.
국내 통신·미디어 산업계에도 오는 4월은 잔인한 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국내 1위 이동통신 사업자 SK텔레콤이 1위 케이블TV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 인가를 정부에 신청했는데, 대략 4월쯤 정부의 심사 결론이 나올 전망이다. 또 4월엔 이동통신 업계의 향후 사업을 좌우할 정부의 주파수 경매가 예정돼 있다. 정부의 결정에 따라 개별 통신·미디어 업체들에 돌아갈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시끄러운 논쟁이 작년 연말부터 계속되고 있다.
특히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건은 이동통신 업계는 물론 관련 통신 학계, 법조계, 시민단체 등 각계각층이 서로의 주장만을 되풀이하며, 혼탁한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인수가 '규모의 경제'를 확보, 세계 시장에서 글로벌 미디어 기업과 맞설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이 통신·미디어·디바이스·콘텐츠가 융복합하는 차세대 플랫폼 격전장으로 급변하고 있고, 통신 기업의 미디어 기업 인수는 세계적 큰 흐름으로 거스를 수 없는 것이라고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KT와 LG유플러스 등은 이통과 케이블 1위 사업자 합병은 또 다른 독과점 폐해를 불러오고, 시장을 황폐화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동통신 1위인 SK텔레콤의 지배력이 방송통신 결합상품을 통해 유료방송 시장에까지 전이돼 시장을 장악할 거라는 주장이다.
지금까지 열 차례가 넘는 공개 토론회가 열려 양측이 한치 양보 없는 공방을 벌였지만, 똑같은 주장만 되풀이될 뿐이다.
그러나 사실 국내 산업 논쟁에서 시선을 조금만 외부로 돌려보면, 국내 기업이 이런 소모적 싸움을 벌일 때가 아니라는 걸 금방 알 수 있다. 두 기업의 인수합병은 법과 시장 논리에 따라 정부가 공정하게 판정해 결정하면 그만인 일이다. 정부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장외 여론전은 해당 기업들엔 긴급한 일일진 몰라도 국민이 보기엔 이전투구로 비칠 수 있다. 정부가 결정한 뒤, 공정하게 판단한 것인지만 검증하면 될 것이다.
최근 중국의 부상,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의 기술력 사이에서 우리 제조업은 대위기를 맞고 있으며, 우리 경제 또한 저성장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5~10년 뒤면 중국이 5세대(G) 이동통신은 물론 스마트폰, 3D프린터, 가상현실 등 미래 산업에서 한국을 앞지를 것이라는 게 대부분 전문가의 전망이다. 우리는 새로운 미래 먹거리 산업을 발굴하지 못하면 중국에 주력 제조업 시장을 내주고 경제 절벽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뿐인가. 사물인터넷, 스마트카, 로봇, 바이오 등 새로운 기술혁명으로 산업 생태계가 완전히 바뀌는 '제4차 산업혁명'이 조만간 닥쳐올 것이다. 이를 대비해 세계 각국은 소리 없는 기술전쟁을 펼치고 있다.
또 세계 금융불안, 중국 침체, 디플레이션 위기 등으로 조만간 커다란 경제위기 쓰나미가 밀려올 것이라는 경고가 계속 나오는 상황이다.
통신·미디어 기업 합병의 옳고 그름을 떠나 닥쳐올 미래를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 미래 산업을 어떻게 육성할 것인지 머리를 맞대고 불꽃 튀게 토론해도 모자랄 판이다. 당장 눈앞 이익도 중요하겠지만, 좀 더 큰 그림으로 내다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4월보다 더 잔인한 달이 찾아올 것이다.
김승룡 정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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